'청담동' 로맨틱 코미디의 옷을 입은 살얼음판 생존기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2.12.23 10: 50

화려한 외피를 둘렀지만, 그 속에는 인생을 건 생존 게임이 무섭게 도사리고 있다.
SBS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지운 김진희, 연출 조수원)의 세상이 그렇다. ‘청담동 앨리스’는 남녀 주인공의 달콤한 사랑을 노래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옷을 입었지만, 실은 “조금 더 잘 살고 싶다”는 인물들의 처절한 사투를 동력 삼아 극을 헤엄쳐가는 살얼음판 생존기를 써내려 가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분에서도 이 같은 모습은 여전했다. 의류회사 인턴 사원 세경(문근영)은 승조(박시후)에게 자꾸만 끌리는 마음을 느끼면서도 상류층 남자를 만나겠다는 의지 아래 입술을 깨문 채 사랑의 싹을 잘라버렸다. “사랑 없이 안 되는 애”였지만 세상의 쓰디쓴 맛을 본 이후 상류사회 편입을 결심하며 “철저히 검어지겠다”고 선언한 세경의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세경의 결심은 승조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자신을 상류사회로 진입시킬 ‘시계토끼’인 줄 모를뿐더러,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명품회사 CEO 장티엘 샤라는 사실을 모르는 데서 비극을 더한다. 방송 말미 세경은 승조의 정체를 알아채며 달라질 행동 패턴을 예감케 하지만, 태도를 바꿔 승조에게 친절한 미소를 띄울 세경의 모습이란 사실 더 처절하다.
세경의 앞날이 걱정되는 건 그에 앞서 상류사회 편입을 시도해 끝내 성공한 윤주(소이현)를 보면 자명하다. 대외적으로는 거대 의류회사 안주인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듯 싶지만, 언제 탄로 날 지 모르는 계획 접근의 실체에 불안 속에 사는 게 바로 윤주의 모습. 여기에 시동생 인화(김유리)는 윤주의 출신성분을 문제 삼아 무시를 일삼고, 철없는 동생은 누나 덕에 얻은 부귀영화를 당연한 듯 누리며 이 같은 어부지리가 끝날 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애꿎은 누나 탓으로 돌린다.
이처럼 이를 악물고 상류사회에 진입할지라도 세경과 윤주에겐 끊임없이 자리를 위협하는 문제들이 닥치고, 이들이 근본적으로 맞닥뜨리고 추궁 당하는 문제는 ‘왜 태생이 귀족이 아니냐’는 비아냥이다. 이는 타미 홍(김지석)이 성사율 100%를 자랑하는 청담동 셀러브리티 연결 전문 ‘마담뚜’로, 아무리 화려한 인맥을 자랑한다 해도 국내파 디자이너라는 점 때문에 패션계에서 인정받지 못해 뼈가 아픈 현실과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문제를 끌어안고 사는 게 ‘청담동 앨리스’ 속 인물들의 모습이다.
삼포세대, 하우스푸어 등 현실세계의 모습을 드라마 속으로 편입시키며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세운 '청담동 앨리스'의 고민은 그래서 비극과 맞닿아 있다. 신데렐라 성공담을 꿈꾸는 된장녀의 눈물은 과연 보상받을 수 있을까. 좌절과 맞닿아 있는 '청담동 앨리스'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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