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은 그동안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가 강했던 여배우. 사랑스러운 눈웃음으로 남심을 들었다 놨던 했던 그가 이번에 영화 ‘타워’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뒤흔들었다.
‘타워’는 108층 초고층 빌딩에서 벌어진 대형 화재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목숨을 건 이야기를 그린 영화. 손예진은 극 중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푸드몰 매니저 서윤희로 분한다.
영화 초반 손예진은 푸드몰 매니저답게 순백의 수트를 깔끔하게 차려입고 나타나 눈웃음을 지으며 손예진 특유의 청순한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이뿐 아니라 타워 스카이에서 고객들을 가족처럼 친절하게 대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 여인 정말 참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타워 스카이에 예기치 못한 화재가 발생한 후 손예진은 청순함을 던져버리고 강한 생존본능을 꺼낸다. 거대한 재난 앞에서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돌파하는 슈퍼우먼으로 변신한다.
우리가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보통 비명을 지르고 남자 캐릭터 뒤에 서 있는 게 여자 캐릭터들의 모습이었지만 손예진은 차분함을 잃지 않고 설경구, 김상경과 함께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람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방대한 양의 물은 물론 영화 속 불 90%가 실제였던 만큼 손예진이 펼친 물, 불과의 사투는 말 그대로 엄청나다. 여배우들의 액션신과 맞먹을 정도로 손예진의 카리스마는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특히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이 아닌 단 한 벌의 의상을 입고 화재 때문에 숯검정 분장을 한 손예진. 예쁘게 보이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고 말했지만 손예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건 몸을 불사르며 특유의 따뜻한 매력으로 품은 카리스마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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