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두산 베어스는 팀 내 전략 이해도와 투수들 사이 선호도가 가장 높은 포수 용덕한(31)을 롯데 자이언츠로 보냈다. 용덕한을 주고 받아 온 투수는 두산에 필요했던 좌완이 아니라 우완 김명성(24). 중앙대 시절 리그 최고 투수였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였으나 1군 통산 성적은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9.39에 그쳤다.
올해 트레이드 손익 계산서는 롯데의 확실한 승리로 볼 수 있다. 롯데는 용덕한을 데려와 주전 포수 강민호의 부상을 메울 최적임자를 선택한 반면 김명성은 두산 이적 후 내내 2군에서 투구 밸런스를 맞추는 데 집중하다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내년 시즌 손익 계산서는 달라질 수 있다. 김명성이 구위와 함께 자신감까지 찾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눈 내린 목동구장에서 만난 김명성. 이날은 김명성의 이수중-장충고 동기인 故 이두환(전 두산-KIA)을 위한 자선경기가 예정된 날이었다. 장충고 시절 김명성은 이두환과 중심타선을 함께 구축한 2관왕팀 강타자였다. 김명성은 동문회 막내급인 최원제(삼성) 등이 올 때까지 막내로 자선 경매 매물로 나올 글러브에 선수들의 사인을 받는 등 궂은 일에 여념이 없었다.

오랜만이라는 인사를 주고 받은 김명성은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마무리훈련을 통해 큰 성과를 얻었다”라며 비시즌 결과물에 대해 만족했다. 두산 이적 후 김명성은 서동환, 공익근무 중이라 주말마다 훈련에 동행했던 성영훈과 함께 구보 야스오 인스트럭터의 지도 아래 투구 밸런스를 조정했다. 대학 시절 본격적으로 투수로 나선 만큼 어깨는 싱싱했으나 투수 구력이 짧다보니 롯데 시절에는 제 투구 밸런스를 잃었던 김명성이다.
특히 김명성은 마무리훈련서 김진욱 감독을 비롯해 정명원 투수코치, 권명철 불펜코치가 세심하게 투구 자세를 교정해 준 효과에 대해서 만족해했다. 이전 구단 관계자가 했던 “명성이가 이제는 146km까지 공을 던지더라”라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묻자 김명성은 “예”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교육리그 때 던졌는데 145~146km이 몇 차례 나와서 기분이 좋았어요. 감독님께서는 투구 후반부에서 발이 일찍 떨어지는 동작을 수정해주셨고 정 코치님께서는 팔 각도를 좀 더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권 코치님께서는 하체 밸런스를 교정하는 데 힘을 써주셨습니다. 이제는 제 스스로도 ‘이 공이면 1군에서도 승산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부쩍 생겼습니다. 정말 자신있어요”.
안타깝게도 그날 오후 이두환은 동료와 팬들의 바람을 뒤로 한 채 하늘나라로 떠났다. 자선 행사 후 곧바로 이두환의 비보에 빈소로 향한 김명성은 이두환의 청소년 대표팀 동기, 두산 선수단과 함께 빈소를 지키고 조문객을 맞이했다. 평소 진중한 성격의 김명성은 친구의 못 다한 꿈을 슬퍼하고 자신의 동기부여를 위해 더욱 각오를 다졌다.
대학 시절 김명성은 “스피드는 빠르지 않지만 볼 끝이 묵직하고 제구력도 좋은 대학리그 최고 투수”라는 평을 받았다. 입단 당시 커다란 기대치와 달리 지난 2년 간 실적이 없어 트레이드되는 우여곡절까지 겪은 김명성은 다음 시즌 두산 마운드의 비밀병기로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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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