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 축구계엔 기억에 남을 큼지막한 사건들이 참 많았다. 홍명보호의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이나 K리그 우승을 통해 하늘 높이 난 ‘독수리’ 최용수 감독의 FC서울 이야기, 그리고 온탕과 냉탕을 오간 최강희호의 월드컵 본선 행보 등이 대표적 이슈들이다. 그러나 칭찬받아 마땅한 업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미래 한국 축구의 주역이 될 꿈나무들이 이룩한 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이다.
아시아 무대에서, 그것도 청소년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 불리는 한국은 지난 2004년 이후 번번이 고배를 마시며 정상 탈환에 실패했었다.
더욱이 이광종 감독이 이끈 이번 19세 이하 대표팀은 대회가 열리는 아랍에미리트로 떠나기 전까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들었다. 세간의 혹평을 딛고 결승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8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선 스토리는 2012년 가을, 축구팬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그러나 우승을 차지하며 마지막에 웃긴 했지만 출발이 그리 좋았던 건 아니었다. 이라크, 태국, 중국과 한 조에 속했던 대표팀은 조별예선 1차전에서 이라크와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주도권을 쥐었지만 이라크의 두터운 수비를 뚫지 못하며 승리를 챙기는 데 실패했다.
이어 태국과 중국을 각각 2-1, 1-0으로 어렵게 제압했던 대표팀은 8강 토너먼트에 들어서면서부터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중동의 강호로 꼽히던 이란을 상대로 4골을 퍼부으며 4-1 대승을 거둔 이광종호는 4강에서도 우즈베크스탄을 3-1로 제압,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마지막 상대는 조별리그에서 맞붙어 득점 없이 비겼던 이라크. 비록 첫 맞대결서 승리하진 못했지만 크게 어려운 팀을 아니라는 점에서 조심스레 우승이 점쳐지긴 했다. 그러나 전반 35분 모한나드 압둘라힘 카라르에게 기습 선제골을 허용한 대표팀은, 90분이 다 지날 때까지 상대의 밀집수비에 고전하며 동점골을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추가시간에 들어서며 우승컵이 눈앞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극적인 드라마가 시작됐다. 이광종 감독은 후반 막판 190cm의 장신 수비수 송주훈(18, 광명공고)을 최전방으로 끌어올려 공중볼을 통해 이라크의 골문을 노리는 승부수를 띄웠는데, 이 카드가 그대로 적중했다. 송주훈에게 수비수의 시선이 쏠린 사이 3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던 문창진이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연장에 들어간 대표팀은 결국 승부차기(4-1) 끝에 이라크를 누르고 짜릿한 역전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거의 다 진 경기를 극적으로 연장으로 끌고 가 우승까지 차지했으니 그 기쁨은 두 배였다. 대표팀으로선 8년 만이자 최다인 통산 12번째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또 이라크전 극적 동점골까지 4경기 연속골을 터트린 문창진(19, 포항)은 대회 MVP로 선정되는 등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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