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외국인 몸값 기준, 신뢰도 무너진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2.24 14: 30

한 번 규정이 정해졌으면 경쟁은 그 규정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규정을 만들어 놓은 무대 전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문화된 외국인 선수 몸값에 관한 한국야구의 신뢰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각 구단의 내년 외국인 농사가 한창이다.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구단들의 노력이 필사적이다. 그런데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총액 30만 달러의 범주를 벗어나는 선수들이 속속 한국 무대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30만 달러를 훨씬 넘는 금액에 계약했다는 소식까지 나돌고 있다. “총액 30만 달러에 계약했다”라는 구단 발표의 신뢰성은 이제 휴지조각에 가깝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30만 달러를 놓고 각 구단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된 것은 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규정 안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그 규정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룰을 만들어 놓은 당사자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당연히 곱지 않다.

이처럼 내부의 신뢰는 무너졌다. 문제는 이것이 한국야구의 신뢰도 추락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각 구단들은 연봉 상한선을 고수해야 하는 이유로 “외국인 선수들을 설득하는 데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원래 규정이 30만 달러여서 이것 밖에 주지 못한다” 혹은 “30만 달러지만 너는 규정을 어겨서라도 좀 더 주겠다”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미 ‘30만 달러’론은 외국인조차 믿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선수들도 나름대로의 커뮤니티가 있다. 한 선수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얼마를 받았다”라고 이야기하면 그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그리고 새롭게 한국무대를 밟는 선수들의 기준이 된다. 한 구단은 아내들끼리 남편의 연봉을 공유했다가 난감한 처지에 놓인 경우도 있었다. 발 없는 말의 무서움을 알 수 있었던 일화다.
이러한 한국야구의 허점을 파악한 에이전트들의 농간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얼마를 받았는지 훤히 알고 있는 이들은 점점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에게 ‘30만 달러’라는 기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 구단 단장은 “에이전트들이 중간에 개입함으로써 금액이 더 뛰고 있는 측면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규정을 피해서라도 더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려는 구단들의 ‘꾀’가 향후에는 더 큰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 규정의 무시는 신뢰의 추락으로 이어졌고 이 신뢰의 추락이 구단에는 더 큰 부담이 되는 악순환이다. 야구에서 룰을 지키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피해가 온다. 외국인 선수 영입을 둘러싼 규정 준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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