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연봉자 정리 선언’ QPR, 박지성은 정말 위기일까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12.25 06: 44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가 ‘고액연봉자 정리 선언’에 나섰다.
QPR을 이끄는 해리 레드냅 감독은 지난 23일(한국시간)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0-1로 패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QPR에는 그들의 가치나 능력, 팀 기여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는 선수들이 있다"며 고액연봉자들을 비난했다. 팀에서 고액연봉자를 정리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레드냅 감독의 발언은 영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24일 "마크 휴즈 전 감독 체제하에 야심차에 영입했던 지브릴 시세, 삼바 디아키테, 스테판 음비아가 방출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휴즈의 후임 해리 레드냅 QPR 감독은 앞서 지난 23일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서 "현재 우리 팀에 실력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 존재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출전 시간에 불만을 표한 조세 보싱와도 변혁의 칼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풀햄전 결장에 불만을 품은 보싱와는 2주 주급에 해당하는 13만 파운드(2억 3000만 원)의 벌금을 물었지만 레드냅 감독은 "보싱와와 같은 선수들을 내가 어떻게 다룰 것인지 1월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겨울 이적 시장에서 보싱와와 결별할 뜻을 내비쳤다.
레드냅 감독이 고액연봉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자세를 보이는 데는 암암리에 떠돌던 선수들간 불화설이 한 몫을 한 것으로 예상된다. QPR은 16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기나긴 부진의 터널을 지나는 사이 기존 선수들과 새로 영입된 선수들 간에 불화가 있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이에 레드냅 감독은 부임 이후 클린트 힐, 숀 데리, 제이미 맥키 등 QPR 승격을 주도했던 기존 선수들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꾸려왔다. 반면 박지성과 그라네로 등 여름 이적시장서 영입된 선수들을 교체 명단에 올리거나 아예 제외시키며 선수단 운영과 전술구성에 변화를 줘왔다.
기존 멤버들을 중심으로 한 레드냅 감독의 전술 운용으로 풀햄전에서 감격적인 첫 승리를 일궈낸 레드냅 감독은 바로 다음 경기인 뉴캐슬전에서 패한 책임을 고액연봉자들에게 돌렸다. ‘사실상 지금의 QPR에 고액연봉자들은 필요가 없다’는 레드냅 감독의 발언은 기존 선수들은 더욱 더 의기양양하게, 이적생들은 더욱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특히 니콜라스 아넬카, 살로몬 칼루, 게리 후퍼, 얀 음빌라 등을 주시하고 있음을 꾸준히 상기시켜 언제라도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레드냅 감독이 실질적으로 이들을 모두 팔아치울 수는 없는 일이다. QPR 관계자는 "고액 연봉자들이 연봉을 삭감하면서 이적 과정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레드냅 감독으로서는 고액연봉자들이 조금 더 고분고분해지도록 윽박지르는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이처럼 신구 멤버간의 갈등이 외부까지 흘러나온 QPR에서 레드냅 감독이 기존 선수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고액연봉자 정리 문제까지 언급되면서 대다수의 한국팬들은 그가 QPR로 이적한 이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박지성 위기설’을 다시 경험해야하는 상황에 빠져있다.
하지만 정말 박지성이 위기에 빠졌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빠른 감이 있다. 영국 언론은 물론, 레드냅 감독의 입에서도 아직까지 박지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무릎 부상으로 장기 결장하고 있는 박지성의 현재 위치는 애매하다. 베스트 11을 결정하면 별다른 이유 없이 시즌 내내 밀고 나가는 레드냅 감독의 성향상 부상으로 장기간 호흡을 맞춰보지 못한 박지성을 대뜸 선발로 기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자율성과 창조성에 대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레드냅 감독인만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강팀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영리하게 펼쳤던 박지성을 제대로 테스트도 해보지 않고 내칠 확률은 적다. 결국 몸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후 중앙에서 그의 역할을 제대로 점검해보고, ‘고액연봉자’로서 팀에 도움이 될 선수라는 점이 확실해지면 오히려 돈독한 신임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초 예상보다 결장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나 팀 내의 갈등, 첫 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강등위협 등은 레드냅 감독을 더 초조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액연봉자 정리 선언에서 박지성 위기설까지 도약하기는 시기상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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