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장수 토크쇼 ‘놀러와’가 지난 24일 413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수상한 산장’은 ‘상남자’라는 이름으로 박준규·지상렬·김종국·예성이 출연했고 ‘트루맨쇼’는 카라 박규리가 함께 했다.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이 토크쇼를 8년여간 이끈 유재석·김원희의 작별인사조차 없었다.
제작진은 "지난 8년간 '놀러와'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감사드립니다"라는 자막만 내보냈다. 그동안 1900여명의 게스트가 자리를 빛냈던 토크쇼다. 한때 MBC 효자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놀러와’는 2004년 3월 17일 파일럿 방송으로 문을 두드렸다. 이후 2004년 5월 8일부터 정규 편성됐다. 정규 편성 첫 방송은 엄정화가 출연했다. ‘사진토크 찰칵찰칵’과 ‘즉석랭킹 점점 작게’라는 당시에는 참신했던 코너로 무장했다.

금요일 오후 11시대의 최강자였던 ‘놀러와’는 2008년 3월 31일 방송부터 월요일 오후 11시대로 옮겼다. 당시 월요일 심야시간은 KBS 2TV ‘미녀들의 수다’가 꽉 잡고 있었다. ‘놀러와’는 방송 2회 만에 ‘미녀들의 수다’를 꺾었다.
2009년은 강호동이 이끄는 SBS ‘야심만만2’와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놀러와’의 승리였다. ‘야심만만2’는 ‘놀러와’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그해 9월 폐지됐다.
‘놀러와’는 지난 8년간 ‘스타인라인’, ‘토크홈런왕’, ‘골방밀착토크’ 등의 코너가 사랑을 받았다. 이 토크쇼를 거친 코너만 20여개에 달한다. 그만큼 지난 8년간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작진의 섭외력과 기획력도 빛났다. 야심작은 2010년에 나왔다. 그해 9월 20일과 27일 세시봉 특집(조영남·송창식·윤형주·김세환)은 가히 신드롬이었다. 포크음악을 필두로 하는 7080 음악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통기타를 배우는 이들도 늘어났다.
세시봉 4인방이 펼쳐놓는 맛깔 나는 추억과 아름다운 음악은 감동이었다. 27일 방송된 2탄은 18.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보증수표가 시청률부도수표로 전락한 것은 올해 들어서였다. ‘놀러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신생 토크쇼인 KBS 2TV ‘안녕하세요’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와의 시청률 경쟁에서도 10%대를 유지했다.
지난 2월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시청자 사연으로 무장한 ‘안녕하세요’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유명인을 내세운 ‘힐링캠프’의 맹공격에 ‘놀러와’가 맥을 추지 못했다. 지난 2월 13일 안문숙·김민희·이의정·이민호·맹세창 등이 출연한 아역특집이 10.9%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한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다.
이미 세시봉 열풍을 일으켰던 ‘놀러와’의 기획력은 단물이 빠질 대로 빠졌다. ‘놀러와’의 장수 비결인 끊임없는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MBC도 모르지 않았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노조의 파업이 7월까지 이어진 것이 문제였다. MBC는 장수 토크쇼의 명예회복을 위해 프로그램을 재정비할 여력이 없었다.
급기야 지난 7월 23일 방송되고 소방차와 슈퍼주니어가 출연한 ‘세기의 아이돌’ 특집은 2.7%라는 굴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날 ‘힐링캠프’는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출연했다.
파업이 끝난 후 세시봉 열풍을 일으켰던 신정수 PD가 돌아왔다. 명예회복이 필요했다. 지난 8월 말 400회 특집을 기점으로 대변신을 꾀했다.
단순히 코너를 정비하는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닌 생존을 위한 개혁이었다. 이미 파업 중에 파일럿 프로그램의 편성에 밀려 한차례 결방된 까닭에 방송가는 흉흉한 폐지설도 돌았던 참이다.
제작진은 기존 코너를 과감하게 폐지했다. 19禁 주제를 내세운 ‘트루맨쇼’와 세시봉 열풍에서 착안한 ‘방바닥 콘서트 보고싶다’를 신설했다. 그중에서 ‘트루맨쇼’는 신선하고 솔직한 웃음을 선사한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놀러와’를 떠난 시청자들이 좀처럼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MBC 경영진의 시청률 지상주의가 발동했다. 경영진은 하루아침에 8년 장수 토크쇼의 폐지를 결정했다. 결국 ‘놀러와’는 지난 24일 영욕의 8년을 뒤로 한 채 안방극장에서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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