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승리가 아닌 꾸준한 투수로 롱런하고 싶다".
한화 우완 투수 송창식(27)은 2012년 한화가 발굴한 최대 수확이었다. 47경기에서 74⅓이닝을 소화하며 4승3패1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2.91 피안타율 1할7푼6리로 맹활약, 한화의 든든한 필승계투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후반기 29경기에서 2승1패1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1.91로 활약하며 리그 최정상급 불펜투수로 자리를 굳혔다. 연봉 협상에서도 올해 4500만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을 제시받으며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다.
2004년 신인 시절 150km 안팎의 강속구로 승부한 파워피처였던 송창식은 지금도 140km대 초중반의 속구를 던지지만 슬라이더와 포크볼 등 다양한 구종을 속도 조절하거나 몸쪽으로 과감하게 던질 수 있는 투수로 업그레이드됐다. 그는 "2004년에는 어릴 때였다. 멋 모르고 씩씩하게만 던졌다. 하지만 이제는 컨디션이 좋든 안 좋든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송창식의 2012년은 2군 강등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그는 "시즌 초반 기회를 많이 받았는데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2군에서 한 달 넘게 재정비한 시간이 하나의 계기가 됐다. 2군에서 송진우 코치님과 컨트롤에 대한 부분을 많이 신경 썼다. 컨트롤이 안정되다 보니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며 완급 조절할 수 있었던 것도 컨트롤 안정 덕분이었다"고 돌아봤다.
2군에서 송진우 코치는 송창식에게 직설적으로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강한 자극을 줬고, 송창식도 그때부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코치님이 직설적으로 말씀하신 순간 마음으로 와닿았다"며 "컨트롤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 이전에는 좌우 코스만을 생각했는데 코치님은 포수 무릎 밑으로 낮게 던지라며 높낮이를 강조했다. 2군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송진우 코치에게 감사해 했다.
류현진·박찬호·양훈·송신영 등 선발과 중간 가릴 것 없이 주축투수들이 모조리 빠져나간 한화에서 내년 시즌 송창식의 역할도 더욱 커졌다. 선발-중간-마무리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데 송창식은 어느 보직이든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 그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 투수라면 누구나 선발에 욕심이 있지만, 중간에서 결정적인 순간 막는 매력도 있더라. 어떤 역할이든 감독·코치님이 믿겨주시는 대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송창식의 화려한 재기를 두고 '인간승리'라는 표현이 의례적으로 쓰인다. 지난 2004년 청주 세광고를 졸업하고 2차 1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송창식은 첫 해 8승7패 평균 자책점 5.13으로 활약, 신인왕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익히 알려진 대로 팔꿈치 부상과 버거씨병 발병으로 고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2008년 잠정 은퇴 후 2010년 테스트로 한화에 재입단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송창식은 '인간승리'라는 표현에 손사래쳤다. 그는 "인간승리라는 말은 이제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그 말처럼 내가 엄청난 노력을 한 것도 아니다"며 "앞으로 기복없이 꾸준하게 하는 투수로 롱런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12월 비활동기간이지만 그는 꾸준히 대전구장에 나와 선배 박정진과 캐치볼로 몸을 풀고 있다. 내년이면 송창식의 나이 만 28세.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그에게는 수많은 도전과 여정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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