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떠오른 WBC 공인구, 실질적 영향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2.26 06: 33

지난 두 차례의 대회와 똑같은 분위기다. 공 자체가 화두다. 내년 3월 열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공인구 적응이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그 실질적 영향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번 WBC에서도 미국 롤링스사가 만든 제품을 공인구로 사용한다. 메이저리그(MLB)에서 쓰는 공이다. MLB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는 친숙한 공이지만 다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서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공이라고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일쑤였다. 재질은 물론 크기까지 모든 것이 미세하게 다르다. 실밥 하나에 민감한 투수들로서는 생각보다 성가신 일이 될 수 있다.
이 공에 대한 선수들의 의견은 제각각 다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통일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확실히 미끄럽다”라는 의견이다. 2회 대회에서 이 공을 던져봤던 윤석민(KIA)은 당시 “던질 때 쭉 미끄러진다”라고 이야기했었다. 실투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투수뿐만 아니라 포수나 야수들도 송구시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일본 선수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공인구를 만져본 사와무라 히로카즈(요미우리)는 “처음에는 확실히 미끄러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에이스감 중 하나인 우쓰미 데쓰야(요미우리)도 “사인공 같았다”라고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실전에서는 진흙을 발라 사용해 미끄러움은 덜하지만 이 감촉조차도 이질적일 수 있다.
실밥이 잘 잡히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 이 경우 변화구 구사력이 떨어질 수 있다. 2회 대회 당시 김광현(SK)은 “변화구를 던질 때 평소보다 약간씩 빠지는 느낌이 확실히 있다”라고 말했다. MLB 진출 전이었던 다르빗슈 유(텍사스)는 2회 대회에서 제구가 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당시 다르빗슈는 “커브는 포기하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변화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우리와 일본은 일찌감치 공인구를 공수해 적응에 나섰다. 일본은 이미 공인구를 선수들에게 지급했다. 선수들은 공인구와 씨름하며 적응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도 1월에는 각 선수들에게 60개씩의 공인구를 전달할 예정이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공과 친숙해 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인구 적응은 중요하다. 특히 지난 두 번의 대회보다 좀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1회 대회 때는 MLB에서 활약하고 있었거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더러 있었다. 공인구 적응이 큰 문제는 아니었다. 2회 대회 때도 류현진 김광현을 비롯해 국제대회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마운드의 주축을 이뤘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투수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중 WBC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보다 없는 선수들이 더 많다.
그러나 공인구가 아주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만약 공인구가 큰 변수였다면 지난 두 차례 대회에서 한·일 양국의 선전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적응만 잘 한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발휘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베테랑 정대현은 “WBC 공인구가 미끄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피칭을 하다보면 감각이 생긴다. 자주 던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적응에 필요한 시간도 충분히 남아있다.
오히려 이 공인구가 더 편하다는 선수들도 있었다. 윤석민은 2회 대회가 끝난 뒤 “오히려 WBC 공인구가 투심 제구는 더 좋았다. WBC 공인구를 던지다보니 오히려 국내 공인구가 손에 달라붙어 안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라고 말했었다. 오승환(삼성)도 “정식 경기에서는 더 좋은 공이 나온다. 한국에서 쓰는 공과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라고 했었다. 지난 두 차례의 대회에서 공인구 핑계를 댄 선수는 없었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만반의 준비는 해야겠지만 너무 큰 신경을 쓸 필요는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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