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민, "2등 아쉬움 절대 잊지 않겠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2.12.26 10: 20

삼성 라이온즈 '신(新) 해결사' 박석민(27, 내야수)은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는 올 시즌 127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2리(443타수 138안타) 23홈런 91타점 79득점을 기록했다. 최다 안타와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04년 데뷔 후 가장 뛰어난 성적이었다.
"수치상 성적은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그렇다. 욕심이라는 게 있으니까. 중반까지 잘 하다가 후반에 너무 못해 아쉬웠던 한해였다". 박석민은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욱 컸다. 그래서 일까. 박석민은 "100점 만점에 70~80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반기 때 타율 3할1푼6리(275타수 87안타) 17홈런 62타점을 찍었다. 특히 6월에만 8개의 아치를 쏘아 올리며 거포 본능을 발휘했다. 당시 박석민은 "땅볼 타구보다 플라이가 많아졌다"고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넥센 박병호와 대포 경쟁을 벌이며 생애 첫 홈런왕 타이틀 획득 가능성도 조심스레 예상됐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3할4리(168타수 51안타)의 고타율에 비해 홈런 6개에 그쳤다. 타점 또한 29타점에 불과했다. 허벅지 통증 때문에 러닝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스피드가 눈에 띄게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한국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그땐 정말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갈비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 속에서도 2년 연속 정상 등극을 위해 타석에 들어섰던 그는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14타수 1안타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나 6차전서 투런 아치를 터트리며 아쉬움을 훌훌 털었다.
"6차전 때 좋은 타구를 하나 때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주변 사람들도 만날때면 6차전 때 이야기를 하시면서 많이 걱정하셨다고 말씀하신다. 지켜보는 사람들도 안타까워 못 보겠다고 하시던데 그만큼 내게 기대를 갖고 있다는 의미니까 기분이 좋았다".
한국시리즈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던 그는 '국민타자' 이승엽과 김한수 타격 코치의 격려에 큰 힘을 얻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경기가 끝난 뒤 승엽이형이 '괜찮다. 지금 못 쳐도 하나만 치면 된다. 나 역시 2002년 한국시리즈 때 부진했었지만 마지막에 하나 쳐서 만회했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셨다. 김한수 코치님 또한 '너는 하나만 하면 된다'고 격려해주신 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사실 하나 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닌데 승엽이형과 김한수 코치님의 따뜻한 조언이 힘이 됐는지 6차전 때 좋은 타구가 나왔다".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박석민은 생애 첫 황금장갑 수상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는 SK 최정(191표)에 이어 2위(125표)에 머물렀다. 박석민은 "기대했었다. 우승도 했고. 하지만 뽑는 분들의 기준이 각기 다르다. 뽑는 분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한다"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2위의 아쉬움을 결코 잊지 않을 생각이다. "절대 잊으면 안된다. 가슴 속에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2위의 아쉬움을 갖고 있어야 더욱 발전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박석민은 그동안 각종 행사에 참가하느라 이달 중순에서야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외가 만큼이나 푸근하고 익숙한 앞산을 오르며 하체를 키우고 김상수(내야수), 배영섭(외야수)이 개인 훈련 중인 홈스파월드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한다. 당분간 방망이는 잡지 않을 생각이다. 고질적인 왼손 중지 통증이 거의 사라졌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체력 훈련에만 매진할 생각이다. 첫째도 부상 방지, 둘째도 부상 방지가 목표다.
박석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100타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데뷔 후 단 한 번도 세 자릿수 타점을 달성하지 못했던 그는 올 시즌 만큼은 반드시 이루겠다고 힘줘 말했으나 아쉽게도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그는 "내년 시즌에는 목표를 밝히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박석민은 "올 시즌 초반부터 100타점 이야기를 했었는데 너무 얽매였던 것 같다. 찬스가 왔을때 좋게 말하면 적극적이었지만 나쁘게 말하면 미친 사람처럼 아무 공이나 다 쳤다. 돌이켜 보면 100타점에 연연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2008년 데뷔 처음으로 전 경기에 출장했던 박석민은 내년 시즌에도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세웠다. 박석민은 "내년부터 경기수도 줄어 드는 만큼 전 경기 출장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wha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