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 멤버이자 연기자로 활동 중인 최시원이 SBS 월화극 ‘드라마의 제왕’(극본 장항준 이지효, 연출 홍성창)에서 망가짐 연기로 주목 받고 있다. 잘생긴 외모로 슈퍼쥬니어의 ‘얼굴’로 꼽히는 ‘왕자 이미지’에서 빗겨나는 이 같은 행보는 의외성으로 더 큰 즐거움을 안긴다.
지난 25일 방송에서도 이 같은 모습은 여전했다. 톱스타 강현민 역으로 출연 중인 그는 이날 극중 드라마 ‘경성의 아침’에 함께 출연 중인 성민아(오지은)와의 인기대결에서 완패 당하고 멋쩍음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으로 또 한 번 안방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류스타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자부하는 현민이 남자 고등학교 앞에 위치한 분식집에서 김밥을 먹던 중 민아에게 팬을 모두 빼앗기는 '굴욕'을 당했기 때문. 현민에게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섰던 남고생들은 민아의 등장과 함께 쏜살같이 몸을 돌렸고, 이에 황당해 하는 현민 앞에는 그의 이름도 모르는 분식집 주인이 무턱대고 사인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으로 당혹감을 키웠다.

‘발연기’ 논란에서도 자유로운 현민이 아니다.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현민의 연기는 “드라마 몰입도를 방해하는” 요인이고, 작가 고은(정려원)도 연기력이 필요한 신에 있어서는 현민을 미더워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멋쩍은 듯 “으헤헤헤헤”하고 큰 소리로 웃어버리는 현민의 모습은 허세와 겉모습에만 신경 쓰는 덜 자란 아이같은 천진함으로 어이없는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최시원이 굴욕 당할수록 시청자는 즐겁다. 대본을 수정해달라고 칭얼대다 결국 한겨울 바닷물에 입수하고 기싸움 끝에 민아에게 매번 패하지만, 걸그룹 여자친구 앞에서는 한껏 폼을 재는 등 현민의 밉상 캐릭터를 뻔뻔하게도 소화하는 그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는 것을 넘어,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몰입도로 연기자 최시원을 달리보게 한다.
특히 그에 대한 호평은 아이돌 그룹 멤버로 시작해 영화 ‘묵공’, 드라마 ‘오 마이 레이디’, ‘포세이돈’, ‘아이리스2’ 등에 출연하며 차근히 필모그래피를 쌓은 성실한 노력이 비로소 빛을 발하는 모양새라 더욱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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