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이 돼야 할 태극마크가 무게로 느껴지는 시대가 온 것인가.
벌써 6명 째다. 추신수(신시내티)와 김진우(KIA)가 WBC 불참에 불참한다. 대표팀을 맡은 류중일 감독은 26일 "김진우는 팔꿈치 문제로, 추신수는 이적으로 인한 개인사정으로 대회에 못 나오게 됐다. 28일까지 대체선수를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구선수들에게 있어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건 최고의 영예다. 더군다나 세계 야구의 별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는 WBC 대표로 선발되는 건 단순히 국가대표가 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단순한 명예 뿐만이 아니라 국제대회에서 활약을 펼친다면 해외 스카우트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이번에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쓴 류현진도 숱한 국제무대에서 활약이 있었기에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했고, 이범호(KIA)는 2009년 WBC 활약을 발판 삼아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입단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WBC 대표팀처럼 선수선발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건 처음이다. 2006년 대회때는 첫 WBC인 만큼 고참부터 솔선수범해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전원 출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던 해외파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등이 태극마크를 달고 팀 주축선수로 활약했다. 2회 대회에서는 부활에 피땀을 쏟고 있던 박찬호와 이승엽이 빠졌는데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선수생활의 막바지에서 박찬호는 눈물의 기자회견과 함께 국가대표 대신 새로 이적한 팀을 택했다.
부상으로 빠진 게 봉중근(LG), 김광현(SK), 홍상삼(두산), 김진우 등 4명이고 메이저리그 진출 후 개인 사정으로 불참의사를 밝힌 게 류현진(LA)와 추신수다. WBC 출전을 포기하게 된 이유는 달랐지만 모두 대표팀에서 핵심선수였기에 최소 4강을 목표로 내건 한국 대표팀에는 뼈아픈 결과다.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은 앞선 여러 국제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친 좌완 트로이카다. 이들 세 명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대표팀은 새로이 좌완투수를 찾기 위해 부랴부랴 움직였지만 결국 장원준(경찰청)과 차우찬(삼성) 두 명만 추가하는데 그쳤다. 또한 선발과 불펜 모두에서 활약이 기대됐던 김진우, 홍상삼까지 빠져 마운드 허리가 약화됐다. 마지막으로 추신수는 대표팀 타선에 중심을 잡아 줄 선수다. 앞선 2회 WBC에서는 예선 내내 부진하다가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에서 스리런, 일본과의 결승에서 솔로포를 연달아 터트린 바 있다.
핵심선수 6명이 빠지면서 이번 대표팀은 거의 엔트리를 재구성한것과 다를 바 없게 됐다. 당초 기술위원회에서 28명의 대표선수를 선발했을때와 선수구성이 크게 달라지면서 대회에 임하는 전략과 판도 새로 짜야 할 지경이다. 더군다나 앞선 두 번의 WBC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이번 대회를 앞둔 류 감독의 부담은 더욱 크다.
KBO 관계자는 "병역면제가 걸려있지 않은 WBC에 선수들이 출전에 대한 매력을 못 느끼는게 사실이다. 연금이나 FA 획득일수 조정 등 당근책이 추가로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