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창꼬’ 고수 “200만 데이트 공약? 지킬겁니다”[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2.12.26 15: 37

[OSEN=정유진 인턴기자] 배우 고수가  ‘반창꼬’의 상처 입은 남자 강일로 돌아왔다. 유난히 눈빛으로 많은 것을 말하는 그는 오랜만에 로맨스 영화의 남자주인공으로 돌아와 추운 겨울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녹일 준비를 마쳤다.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반창꼬’는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지만 정작 부인은 구하지 못한 상처를 갖고 있는 강일과 의료사고 실수로 위기에 처한 털털한 의사 미수가 서로의 존재를 통해 상처를 극복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2월 초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수는 계속되는 사진 촬영과 인터뷰에 다소 지친 듯 했다. 맞은 편 창문으로 비치는 햇빛이 눈부실 것 같아 블라인드를 치려 하자, “그대로 두셔도 돼요. 좋네요”라며 잠시 눈부신 햇빛을 만끽하더니 곧 예의 맑고 강렬한 눈빛의 '고비드'로 돌아와 인터뷰에 임했다. 처음 질문은 역시 영화였다. 시사회를 통해 완성된 영화를 봤다는 그에게 관객으로서 본 영화는 어땠을까.
 
“처음 시나리오에서 수정하며 찍었어요. 처음보다 많이 더 재밌어진 것 같아요. 보고나니 연인과 같이 보면 정말 좋은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 영화는 캐릭터가 뚜렷해서 좋아요. 강일이는 아픔을 간직한 채 큰 상처를 입고 살다가 새로운 사랑에 마음 문을 열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갈등 속에 사는 캐릭터고, 미수는 굉장히 밝고, 용주와 준희 아기자기 귀여운 매력이 살아있고. 그런 뚜렷한 캐릭터가 재밌어요. 시나리오 책으로 볼 때는 혼자 보니까, 아무래도 강일에 초점을 맞춰 봤는데, 완성된 영화로 보니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것 같아요. 영화작업은 활자로 만들어진 시나리오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인데, 그게 잘 된 거 같아요.”
영화 이야기를 꺼내니 많은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캐릭터를 설명하는 표정에는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캐릭터 설명에 이어 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이야기 했다.  만화같은 설정이 돋보이는 ‘반창꼬’의 결말은 호불호가 나뉘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신선하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고수 역시 마지막 장면을 좋아하지만, 실은 다른 버전의 엔딩이 존재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원래는 마지막 장면에 죽은 와이프가 나타나요. 강일이가 와이프에게 ‘지금 가는거야?’라고 물어보면 와이프가 강일이한테, ‘아니, 당신이 나 보내는 거야’라고 말해요. 강일이는 갈등 하고 고민 하는 캐릭터에요. 그렇게 마음에서 부인을 보내기 전에는 계속 제자리걸음을 걸었어요. 변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다시 무모하게 자기 몸을 던지는 강이로 돌아오죠. 결국 사별의 아픔이 큰 거 같아요. 실제로도 그런 아픔을 겪은 분들 계실 테니까, 그 슬픔이 엄청나게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진정성을 보여드리려고 많이 노력했죠.”
‘백야행(2009)’, ‘초능력자(2010)’, ‘고지전(2011)’ 등 고수의 지난 출연작들을 보면 대부분 무겁고 거친 느낌의 영화다. 앞선 영화들에 비해 ‘반창꼬’는 상처와 극복이라는 주제를 그리고 있지만 비교적 달콤하고 산뜻한 느낌의 작품이다.영화를 선택한 특별한 의미가 있지는 않은지, 조금 다른 느낌의 영화를 의도적으로 선택한 건지 물었더니 예상 밖의 모범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시나리오를 보면서)강일이가 처한 사별에 대해 생각하니, 너무나 슬픈 이별이었어요. 남겨져 있는 강일이의 아픔과 상처가 안타깝게 보였어요. 그런 큰 상처 안고 있는 강일을 미수가 안아줄까, 그런 사랑을 받는 강일이가 마음의 문을 열까. 그런 고민하게 됐고, 그런 지점이 어떤 지점일지 궁금했어요. 읽고 나니 흐뭇해지는 기분이 느껴지더라고요. 재미와 슬픔이 다 있는 좋은 시나리오였어요.”
결국 시나리오가 좋아 선택했다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고수의 대답은 너무나 진지했고, 진심이었다. 그는 어떤 질문에 대해 대답할 때 늘 오랫동안 생각을 정리한 다음,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시나리오도, 캐릭터도 너무 좋았던 영화가 그에게 남긴 것은 편안함이었다.
“영화를 이렇게 편안하게 찍을 수 있구나, 이걸 배웠어요. 다른 작품들 생각해보면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는 몸이 편한 거 말고 마음이 편한 걸 많이 느꼈어요. 이렇게 작업할 수도 있구나. 물론 캐릭터는 상처가 있지만, 영화 자체가 밝으니까요. ‘초능력자’, ‘고지전’, ‘백야행’도 찍었지만 대체로 무거운 영화들이라 상황이 힘들었어요.”
영화 자체의 편안함도 편안함이었지만, 특별히 그를 더 편안하게 했던 건 즐거웠던 촬영현장이었다. 유난히 마음 맞는 사람이 많았던 ‘반창꼬’의 동료들은 영화를 찍는 내내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편했어요. 함께 한 분들이 모두 착하고 다들 저처럼 조용하세요. 동석이형만 말이 많으시고. (웃음) 성향이 비슷하고 잘 맞아서 편했던 것 같아요. 정이 많이 들었어요.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할까. 영화 속에서도 소방팀으로 한 팀을 이루는 팀이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면 마지막 공사장 내부 장면에서 돌을 들어 올리는 장면을 찍을 때 성오랑 그걸 들어 올리는데, 보통은 하나, 둘, 셋 하고 외치면서 들어 올리잖아요, 저희는 그냥 말없이 호흡으로 했는데 딱 맞더라고요. 그냥 호흡으로만 했는데. 사실 그렇게 찍고 감독님이 그래도 하나 둘 셋을 붙이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물으셨어요. 실제로 구령을 붙이면서 찍어보기도 했는데, 결국 그렇게 안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영화에서 보면 하나, 둘, 셋을 하지 않아요.”
 
영화를 통해 그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좋은 동료들을 얻었다. 특히 배우 김성오와는 극 중에서 힘이 들 때마다 서로를 의지하는 단짝 친구로 연기를 하다 보니 정말 친해지게 됐다. 영화를 찍으며 함께한 동료들 중 가장 친하게 지낸 배우라 말할 정도. 일상속의 평범한 사람 고수는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글쎄요. 실제 제 성격이 어떨까요. 뭔가 새로운 것을 하는 걸 좋아해요. 여행하는 것도 좋아하고. 새로운 거 찾는 것도 좋아하고, 워낙 일이 드라마틱하니까 잔잔하게 지내려고 해요. 여유가 있으면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요. 물론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반창꼬’에요.(웃음)”
그는 지난 3일 열린 영화 ‘반창꼬’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관객들을 상대로 공약을 걸었다. 영화가 200만, 400만 관객을 동원할 때마다 관객들 중 한 사람을 추첨해 데이트를 하겠다고 말한 것. 당시 그는 "데이트를 신청할 때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같이 나와서 대중교통 이용해서 커피도 마시러 가겠다”라는 로맨틱한 공약으로 좌중의 호응을 얻었다.
“신청했는데 거절당하면 어쩌죠? 관객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그날 즉석에서 생각한 아이디어예요. 진짜 (200만이)되면 효주도 데리고 나갈 거예요. 팬 여러분이 원하신다면요. 뭘 할지는 만나보고 정해야겠네요.”
로맨틱하고 성실한 남자 고수는 벌써 데뷔 14년 차에 접어들었다. 잘 생긴 외모에도 별다른 스캔들 없이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의 비결이 뭘까.
“모르겠어요. 잘 살아야겠다고 늘 생각해요. 성격이 원래 나서거나 주목받는 걸 즐기지 않아요. 조용한 걸 좋아해서요. 급할 때는 급하고 욱할 때는 욱하긴 하는데. 스트레스를 연기하면서 푸는 것 같기도 하고.”
 
결국 배우 고수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진지함과 편안함이다. 그는 진지하게 작품을 대하는 사람이고, 불필요한 것들은 버릴 줄 아는 편한하고 소탈한 사람이었다. 그것이 그가 오랫동안 슬럼프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비결인 듯했다. 마지막 포부 역시 그다웠다. 정답이지만 진심.
 
“지금까지는 준비단계였다고 생각합니다. 연기를 하면서 이제는 촬영현장을 가도 편안해진 것 같아요. 이제부터 배우로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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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1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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