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7일 새 외국인투수 스캇 리치몬드(33)의 영입을 발표했다. 일찌감치 라이언 사도스키와의 작별을 선언했던 롯데는 지난 9월부터 꾸준히 대체선수를 물색해왔다.
2005년 독립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리치몬드는 200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입단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뛴 건 4시즌으로 2008년 토론토 소속으로 선발로 5번 출전해 1승 3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고 2009년 27경기 등판(선발 24경기), 8승 11패 평균자책점 5.52를 남겼다.
구단이 외국인투수를 영입할 때 갖는 최소한의 기대치는 150이닝 소화다. 그 정도면 한 팀이 정규시즌동안 소화하는 이닝의 15% 정도에 해당하는데 만약 외국인투수 두 자리를 선발투수로 채운다면 적어도 30% 정도를 영입전력에 기대하는 셈이다. 물론 외국인투수가 10승을 거둬 준다면 좋겠지만 승리는 운도 많이 따라야 하기에 기준이 되는건 이닝이다.

2012년 시즌에 150이닝을 넘긴 선발투수는 모두 17명, 그 가운데 8명이 외국인투수였다. 또 이들 가운데 커트라인인 150이닝을 딱 소화하면서 유일한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사도스키만 기존 구단과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3년동안 한국에서 활약해 적응이 따로 필요없는 사도스키를 내보낸 롯데가 리치몬드에 갖는 최소한의 기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롯데 구단에서는 리치몬드의 제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그동안 주목하던 선수를 영입하게 됐다.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또한 외국인선수 영입실무를 맡은 이문한 운영부장은 "기본적으로 제구가 안정된 선수다. 사도스키보다 공의 움직임은 못해도 제구는 리치몬드가 낫다"고 사도스키를 직접 언급해 둘의 기량을 비교했다.
김시진 감독 역시 "영상으로밖에 못 봤지만 제구가 좋은 선수라는 인상을 받아 영입을 결정하게 됐다"면서 "활약을 위해서는 적응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리치몬드는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동안 169이닝을 던지며 볼넷을 61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이닝당 볼넷 허용은 0.36개다. 마이너리그에서도 리치몬드는 435이닝 156볼넷으로 이닝당 0.36개의 볼넷을 내줬다.
이처럼 리치몬드의 기본적인 제구능력에 대해서는 호평 일색이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서 성공을 거두는 외국인투수가 구위형보다 제구형 투수가 많은 만큼 리치몬드에 최소한의 기대를 걸어 볼만하다.
문제는 리치몬드의 구위다. 리치몬드는 미국에서 볼넷을 잘 허용하지 않는 투수였지만 대신 홈런을 많이 내줬다. 트리플A에서 2011년 리치몬드는 113이닝을 소화했는데 무려 홈런 24개를 허용했고 올해는 134⅔이닝동안 홈런 21개를 내줬다. 9이닝당 홈런으로 따지면 2011년은 1.91개, 2012년은 1.4개다. 참고로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피홈런을 기록한 건 앤디 밴헤켄(넥센)인데 170이닝동안 16개를 맞아 0.85의 HR/9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풀시즌을 보냈던 2009년(8승 11패 평균자책점 5.52)에도 리치몬드는 27개의 홈런을 허용했는데 그해 볼넷은 59개를 내줬다. 볼넷 2개를 내줄 때마다 피홈런 1개가 나온 것이다. 140km대 중후반의 직구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리치몬드의 투구를 지켜봤던 다른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선수다. 다만 구위나 볼끝은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리치몬드의 어깨상태다. 2009년 메이저리그에서 풀시즌을 보냈지만 그해 어깨 건초염 부상을 입으면서 2010년에는 마이너리그 팀을 전전했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돼 2011년과 2012년은 각각 113이닝과 134⅔이닝을 소화해 부상을 어느정도 털어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올해까지 마이너리그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짧은 이닝만 소화한 투수보다 차라리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선발로 등판한 투수가 나은 점도 있다. 긴 이닝을 안던지다가 한국에 와서 갑자기 던지면 탈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외국인투수는 한국에 와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리치몬드가 적응에 성공해 '제 2의 유먼'이 될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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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몬드 페이스북, 사진 왼쪽. 2008년 캐나다 소속 올림픽 대표팀으로 소집돼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