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불어 닥친 한류 열풍은 좀처럼 식을 생각을 않고 가속화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한류 열풍 덕분에 세계지도에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만큼 작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알려지고 외국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드라마, 가요 등 연예인을 시작으로 불었던 한류 열풍이 지금은 그 분야가 확대 돼, 한국의 모든 것이 아시아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틈에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로 한류를 겨냥한 이가 있으니 아이니스타 최경아 대표이다.
최경아 대표가 선택한 것은 바로 ‘웨딩’이다. 그는 현재 중국을 타깃으로 웨딩사업을 하고 있다. 어떤 방식의 일인지 생소한 분야라 궁금증을 가득 안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 정확히 어떤 분야의 일인지 궁금하다. 중국인들이 국내에 와서 결혼식을 하는 것인가?
▲ 처음 내가 생각했던 반응과 똑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결혼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웨딩 화보촬영 즉 웨딩 촬영 리허설을 한국에 와서 하는 거다. 사실 나도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나는 원래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를 10년 가까이 했었다. 이 일을 하기 전까지도 배우 추자현 스타일리스트를 했었다. 현재 추자현은 중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같이 중국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던 중 시상식에 입을 드레스가 필요해서 국내 드레스숍을 다니면서 협찬을 알아보는데 예전과 다르게 무척 쉽게 협찬을 해주더라. 원래 드레스가 외국 반출이 잘 안돼서 늘 애를 먹었었는데 이상하다 싶어 물었더니 중국신부들이 한국에 많이 온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중국으로 드레스를 받고 돌아왔는데 그때부터 내내 머릿속에 이 사업이 떠나질 않더라.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하게 됐다.
- 재미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웨딩 촬영을 하는 것인가? 한국 연예인들의 웨딩 화보를 보고 오는 건가?
▲ 워낙 한류열풍이 거세니까 연예인 때문도 있지만 사실 중국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지금은 좋아한다. 때문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상당히 좋아하고 관심을 가진다. 게다가 최근 싸이의 '강남 스타일 때문에 강남으로 웨딩촬영을 하려고 몰리는 현상까지 더해졌다.
그리고 이런 연예인의 영향뿐만 아니라 실제로 중국보다 국내의 헤어, 메이크업, 드레스나 스튜디오의 기술력이 뛰어나다. 웨딩 촬영은 평생 사진으로 남기 때문에 중국인들도 최대한 잘 찍고 싶어 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훨씬 좋은 국내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 말을 들어보니 중국 사람들은 웨딩촬영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까지 오는 걸 보면. 실제로 그들이 생각하는 웨딩에 대한 중요성은 어느 정도나 되나?
▲ 현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다. 그랬더니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웨딩에 대해 훨씬 중요하게 생각을 한다. 굳이 수치로 예를 들자면 대략 우리나라 사람들이 웨딩에 쓰는 비용의 두 배 정도를 기본으로 생각한다고 보면 된다. 알겠지만 중국은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다. 사실 진짜 돈 많은 부자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금액을 웨딩촬영에 쏟아 붓는다. 전반적으로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웨딩촬영에 대한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중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웨딩드레스나 헤어&메이크업 스타일은 어떤가? 우리나라와 비슷한가?
▲ 전혀 다르다. 아마 실제로 본다면 정말 깜짝 놀랄 거다. 나 역시 처음에 당황했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심플하면서 클래식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정확히 이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단 중국인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조건 화려한 걸 좋아한다.
메이크업도 '키메라 메이크업'을 해야 웨딩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한다. 헤어에는 반드시 큰 리본이나 엄청 큰 모자를 쓴다. 우리가 흔히 스티커 사진을 찍을 때 재미있으라고 쓰는 '왕리본' 등을 상상하면 쉽겠다. 상상이 가는가?(웃음). 드레스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은 빨간색을 좋아한다. 그래서 웨딩드레스도 빨간색을 입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초록색 드레스에 빨간색 리본을 머리에 단다거나 하는 식이다. 웨딩드레스는 컬러만 화려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 자체도 캉캉드레스처럼 요란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그리고 절대로 노란색은 입지 않는다. 노란색이 불행을 가져다준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정말 놀랍다. 한 번도 본적 없는 신부라 잘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신랑은 어떤가? 설마 신랑도 신부처럼 화려한가.
▲ 신부만큼은 아니지만 신랑도 꽤나 화려한 편이다. 헤어스타일도 차분하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요란하게 세우고, 화이트 턱시도에 꽃무늬 셔츠를 입는다. 물론 턱시도 자체가 화려한 스타일도 많다.
-들을수록 무척 흥미롭다. 혹 이것 외에도 ‘결혼’이라는 주제를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와 중국의 다른 면이 많이 있나?
▲ 무엇보다 중국은 국내처럼 웨딩홀이 많지 않다. 중국의 경우 호텔 아니면 아예 레스토랑에서 결혼식을 한다. 레스토랑에 가족들끼리 모여서 가볍게 식사를 하는 식이 대부분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워낙 빨간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레스토랑 안을 빨갛게 장식해 놓고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크게 다른 점이 혼인신고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반대로 결혼 전에 혼인신고를 먼저 한다. 그리고 난 후 바로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있고, 일 년 후에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중국의 전통이다. 때문에 이혼에 대한 인식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이런 면에서는 참 개방적이다.
-지금은 중국을 메인으로 하고 있지만 한류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이상 다른 아시아에서도 괜찮은 사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맞다. 특히 웨딩사업은 선진국보다 선진국으로 올라서려는 나라들에 잘 먹힌다. 그래서 앞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두바이 쪽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한국 연예인들 덕분에 한창 ‘메이드 인 코리아’가 뜨고 있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웨딩뿐만 아니라 차후에는 화장품이나 공연상품까지 만들어서 수출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왕 해외사업을 시작한 거 한류사업에 나도 이바지해야 되지 않겠나(웃음).
★ 최경아 대표는...
황정민, 신은경, 김지호, 추자현 등 국내 내로라하는 연예인의 스타일리스트를 맡았을 만큼 실력 있는 베테랑 스타일리스트다. 10년 가까이 스타일리스트를 하면서 쌓은 인맥과 패션 노하우를 가지고 웨딩사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도 아닌데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 것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나는 무척 재미있고 흥분된다’고 말한다. 그의 거침없는 도전과 열정은 보는 이의 잠자던 열정까지 숨 쉬게 하는 파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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