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앤캐시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이제 더이상 '이변'이나 '깜짝 활약'으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다. 러시앤캐시가 이변의 시작이었던 현대캐피탈을 다시 한 번 만나 풀세트 접전 끝에 또다시 승리를 거두며 운이 아닌 실력을 입증했다.
아산 러시앤캐시 드림식스는 2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2-2013시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2, 25-23, 26-28, 21-25, 18-16)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러시앤캐시는 5승 9패(승점 14)로 중위권 반등의 기틀을 닦았고 현대캐피탈은 9승 5패(승점 25)로 2위에 머물렀다.
2라운드 중반 이후 이변을 일으키기 시작한 러시앤캐시는 현대캐피탈-대한항공을 차례차례 격파하면서 지각변동의 신호탄을 쏘았다. LIG손해보험에 0-3으로 패했지만 곧바로 만난 리그 선두 삼성화재를 셧아웃으로 꺾으며 불꽃을 이어갔다. 1라운드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의 러시앤캐시는 다시 만난 현대캐피탈전에서 지금의 이변이 자신들의 실력임을 증명했다.

1세트를 기분 좋게 승리한 러시앤캐시는 2세트에서도 블로킹에서 현대캐피탈의 높이를 압도하며 위력을 발휘했다. 현대캐피탈은 빼앗긴 1세트를 만회하기 위해 2세트에 전력을 다했지만 17-18로 역전에 성공하고도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러시앤캐시가 역전당하고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흐름을 살려 현대캐피탈을 내리눌렀다.
2세트 21-20 상황에서 보여준 김광국의 몸을 던진 리시브와 불꽃 튀는 랠리는 이날 경기 최고의 백미였다. 세네번의 공방이 오고가는 사이에 진기명기와 같은 리시브쇼가 펼쳐졌다. 하지만 권영민의 오픈을 다미가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22-20으로 러시앤캐시가 2점차 리드를 잡았고, 박상하가 다시 한 번 블로킹으로 가스파리니를 잡아내며 승기를 가져왔다. 결국 마지막 순간 신영석의 속공이 현대캐피탈의 코트에 꽂히며 두 번째 세트도 가져왔다.
순식간에 세트스코어 2-0으로 끌려가게 된 현대캐피탈은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범실이 연달아 이어졌고 집중력이 사라졌다. 블로킹에서 러시앤캐시에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공격도 단조로워졌고 가스파리니-문성민 좌우 쌍포도 덩달아 부진하며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3세트 가스파리니가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13-10까지 쫓아가봤지만 김정환이 시간차 공격으로 곧바로 되갚았고 여기에 장영기와 문성민의 공격 범실이 이어지며 점수는 16-11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현대캐피탈도 호락호락하게 승리를 내주지는 않았다. 문성민의 백어택과 이선규의 블로킹을 엮어 19-19 동점까지 쫓아갔고, 여기에 가스파리니의 블로킹으로 19-20 역전에 성공한 것. 이후 현대캐피탈은 1점차 공방을 이어가며 듀스를 거듭한 끝에 이선규의 속공과 문성민의 오픈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26-28로 3세트를 따내고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
4세트는 3세트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피말리는 1점차 공방이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12-11까지 이어지던 1점 승부는 다미의 서브 에이스로 러시앤캐시를 향했다가, 이선규의 블로킹으로 다시 현대캐피탈의 분위기로 흘러갔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공방 끝에 웃은 쪽은 결국 현대캐피탈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이선규와 가스파리니가 연달아 점수를 합작하며 뒷심을 발휘했고, 21-25로 세트를 가져가며 결국 승부를 마지막 세트까지 끌고갔다.
마지막 세트의 분위기를 먼저 잡은 쪽은 러시앤캐시였다. 박종영의 리시브가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고 김광국의 서브 에이스로 연결한 러시앤캐시는 블로킹과 오픈으로 이어지는 다미의 연속 득점으로 5-2까지 앞서갔다. 현대캐피탈도 이선규의 속공과 가스파리니의 서브 에이스로 5-5 동점까지 쫓아가면서 엎치락 뒤치락을 계속했다. 먼저 끝난 여자부 경기처럼 마지막 세트에서도 듀스에 듀스를 거듭하는 명승부가 이어졌다. 그야말로 혈투였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결국 러시앤캐시에 미소를 지었다. 16-16 듀스 상황에서 김정환의 오픈이 성공했고 연이은 다미의 오픈이 박종영의 리시브 범실로 아웃라인을 벗어나며 러시앤캐시가 2시간 39분의 혈투에서 승리를 거뒀다.
다미(28득점)의 빼어난 활약과 각각 7개, 5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킨 신영석(17득점), 박상하(9득점)는 물론 최홍석(15득점) 김정환(10득점) 등 주전들의 고른 활약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가스파리니가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하며 33득점으로 맹활약했지만 높이와 집중력에서 패하며 아산 원정에 이어 러시앤캐시전 2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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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