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손아섭 WBC 동시승선, 롯데 미래 열렸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2.28 06: 00

2008년,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손광민'이라는 이름 석 자를 머리속에 새겼다. 당시 고졸 2년차였던 그는 근성넘치는 플레이로 팀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했던 그 해, 주장이었던 조성환은 "손광민같이 파이팅 넘치는 선수의 존재가 선수단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2008년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만 20세의 외야수는 타율 3할3리 3홈런 17타점으로 롯데 외야의 미래로 급부상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0년, 이번에는 또 다른 매력 만점의 선수가 롯데 1군에 등장했다. 대졸 3년차였던 전준우는 3루와 외야수를 오가며 풀시즌을 치르지 않았음에도 타율 2할8푼9리 19홈런 16도루 57타점으로 '호타준족' 본색을 뽐냈다. 그렇게 롯데는 또 한 명의 미래를 얻었다.
바로 손아섭(24)과 전준우(26)의 이야기다. 모든 구단이 세대교체에 고민할 때 이들 두 명은 롯데에 있어서 큰 선물과도 같았다. 젊은 두 명의 외야수는 짧은 적응기를 보낸 뒤 곧바로 팀 핵심선수로 도약했다.

손아섭은 올해까지 포함해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우상과도 같았던 박정태 코치가 말한 '진정한 3할 타자'로 거듭났다. 리그에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을 넘긴 선수는 손아섭, 박용택(LG), 최정(SK) 단 3명 뿐이다. 거기에 손아섭은 2년 연속 외야수 보살 1위를 차지하며 수비에서도 껍질을 깨고 나왔다. 골든글러브 2년 연속 수상으로 손아섭은 자신의 전성기를 본격적으로 열어가고 있다.
끊임없는 성장세를 보여주던 전준우는 올해 잠시 조정기를 가졌다. 지난해 전경기에 출장, 타율 3할1리 11홈런 64타점 23도루 97득점을 올린 전준우는 많은 기대와 함께 시즌에 돌입했으나 이유없는 타격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2군에도 다녀온 전준우는 결국 타율 2할5푼3리 7홈런 21도루 38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렇지만 지난달 발표된 WBC 대표팀 예비명단 결과는 올 시즌 성적과 반대였다. 전준우는 대표팀에 승선하는 기쁨을 누린 반면 손아섭은 추신수-이진영에 밀려 아깝게 탈락했다. 다만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의 출전여부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게 변수였다. 결국 손아섭은 27일 KBO가 발표한 추신수 대체선수로 선발, 대표팀 막차를 탔다. 이로써 롯데 외야를 앞으로도 책임질 외야 2인방은 국가대표에 동시에 승선했다.
손아섭과 전준우의 WBC 국가대표 동시승선은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단 5명만 선발된 WBC 대표팀 외야수 가운데 이들 둘이 이름을 올린 것. 김주찬이 KIA로 이적했지만 이제 손아섭과 전준우가 포진한 롯데 외야진을 두고 '국가대표급'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됐다.
또한 국제대회 참가는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평소에는 상대편으로 만났던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이제는 모두 동료가 돼 서로의 비법을 공개하는 장이 열린다. 여기에 해외의 쟁쟁한 스타들과 맞대결을 벌이며 얻을 수 있는 무형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발탁에도 유리해졌다. 이번 WBC에서 활약한다면 큰 점수를 따게 되는데 아직 병역 미필인 두 선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간절하다.
먼저 대표팀에 선발된 전준우는 "대표팀에 뽑힐만한 성적은 아니어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고, 손아섭은 "(추)신수 형 몫까지 열심히 하겠다. 배운다는 자세로 하나도 놓치지 않을 것이고, 기회가 온다면 무조건 살릴 것"이라고 벌써부터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전준우와 손아섭의 2013년은 좀 더 일찍 시작한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던 '거인의 미래'들이 얼마나 더 자랄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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