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열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엔트리 구성을 놓고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이전 대회와는 다르게 이탈자가 속출 중이다. 그러한 가운데 빛나는 이름이 있다. 유일한 해외파로 남게 된 이대호(30, 오릭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WBC 명단에는 세 명의 해외파가 있었다. 이대호를 비롯해 류현진(24, LA다저스)과 추신수(30, 신시내티)가 그 주인공이었다. 세 선수는 이름값은 물론 전력에서도 대표팀의 핵심이었다. 류현진은 마운드의 에이스, 추신수와 이대호는 중심타선을 이룰 선수로 일찌감치 큰 기대를 받았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그러나 류현진과 추신수는 고심 끝에 불참을 선언했다. 소속팀의 상황 때문이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의 꿈을 이룬 류현진은 새로운 팀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절대 과제를 안고 있다. 추신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신시내티로 이적한 만큼 역시 자신부터 돌보는 것이 급했다.

예전만큼 태극마크의 신성함을 강조하는 시대도 아니다. 아쉬움은 있지만 개인의 결정 역시 존중도 필요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선수의 불참은 대표팀을 향한 이대호의 생각을 도드라지게 하고 있다. 이대호는 올 시즌이 끝난 직후부터 “대표팀에서 불러주면 무조건 가겠다”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명단에 포함된 이후에도 특별한 잡음이 없다.
이대호 또한 대회가 부담되는 것은 다른 선수들과 똑같다. 아무래도 컨디션을 일찍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시즌 중 몇몇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소속팀에서의 상황도 그나마 여유가 있을 뿐이다. 일본 진출 첫 해에 연착륙했지만 견제가 더 심해질 내년의 활약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표팀을 향한 이대호의 의지는 한 번도 꺾인 적이 없다.
소속팀 스프링캠프 합류 대신 대표팀 직행을 택한 것도 의미 있는 부분이다. 이대호는 “팀 캠프에 갔다가 대표팀에 합류하면 오히려 몸을 만들기 더 어렵다”라고 구단에 요청했고 오릭스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오릭스가 이대호의 굳은 의지를 이해하고 지원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매끄러운 일 처리는 스스로의 의지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합작한 작품이다. 이제는 대표팀의 중심타선을 이끄는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면 될 이대호다. 앞으로는 해외파 차출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대회의 이대호는 모범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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