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던지면서 본인 몸으로 스스로 느껴야지요. 제대로 입지를 구축한 선수들도 아니고 보완점도 많은 친구들인데”.
지난 11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 훈련을 치른 두산 베어스 선수단. 이 중 20대 젊은 투수들은 개인 당 1000~1500개 그 이상의 공을 던지며 훈련했다. 잠재적 5선발 후보인 서동환(26), 원용묵(26)은 마무리 훈련에서 1500개 이상의 공을 던지는 등 풀시즌 부하가 컸던 노경은 등을 제외한 20대 투수들은 대부분 1000개 이상의 연습 투구를 기록했다.
대체로 마무리 훈련, 특히 투수들은 강도 높게 담금질하는 경우가 드물다. 1군에서 기회가 드문 투수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공을 던지기보다 시즌을 치르면서 쌓였던 여독을 풀고 아팠던 곳을 치료, 재활하는 것이 우선. 그러나 이번 두산 투수진의 마무리 훈련은 예년보다 연습 투구를 많이 가져갔다.

정명원 투수코치는 그에 대해 “젊은 투수들은 아직 미완의 대기들이다. 그만큼 이론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많이 던져보면서 느껴야 한다”라는 자신의 지론을 이야기했다. 과거 태평양-현대의 프랜차이즈 투수로서 선발-마무리로 명성을 쌓은 정 코치도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어린 투수는 가능한 한 많이 던져보는 것이 좋다’라는 뜻을 밝혔다.
“저도 프로 초년생 시절에는 될 수 있으면 불펜 피칭이나 연습 투구를 많이 했습니다. 결국 선수 본인이 스스로 던지면서 깨우쳐야 나중에 잊어버리지도 않고 제 실력으로 체득하게 마련이니까요. 아직 젊은 투수들 중 대부분이 자기 입지를 팀 내에서 확실히 못 구축했지 않습니까”.
외부시장에서 FA 홍성흔을 영입한 두산은 올 시즌 5선발로 활약하던 김승회를 보상 선수로 롯데에 내줬다. 마무리 스콧 프록터를 자유계약으로 방출하고 새 외국인 좌완 선발을 찾는 두산이지만 일단 후위 선발 후보들의 폭을 넓히는 것도 이번 비시즌 과제다. 올 시즌 계투로 출장했던 홍상삼, 서동환은 이용찬, 임태훈, 김승회 등과 함께 선발 후보였고 서동환은 시즌 초반 반짝 계투로 활약했으며 홍상삼은 믿음직한 셋업맨으로 22홀드(3위)를 올렸다. 선발 훈련을 해놓은 투수들의 경우는 시즌 돌입 시 보직 변경이 한결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선우야 베테랑이니 코칭스태프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몸 관리를 하고 시즌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아직 젊은 선수들의 경우는 많이 던져보면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약점을 보완해나가는 방안이 좋아요. 젊은 투수들이 그렇게 자주 던지면서 제 감각을 익히고 선발진의 빈 자리를 채울 정도로 경쟁력을 쌓고 자구책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 내년 시즌 개막까지 과제입니다”.
선수들의 몸에 부하가 가지 않는 한 많이 던져보고 경험을 실력으로 만드는 것. 정 코치의 바람대로 두산의 영건들은 확실하게 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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