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으로 최선을 다하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지휘봉을 잡은 삼성 류중일(49) 감독이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거듭된 WBC 선수 교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상황이 이렇게 된 것, 믿고 내세울 수 있는 건 긍정의 힘이다.
27일 대구야구장 신축 기공식에서 류중일 감독은 WBC 관련해 "선수가 많이 빠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교체를 자주 했다.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28명의 선수들이 있다. 긍정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내년에 3회째를 맞이하는 WBC를 앞두고 대표팀은 선수 선발부터 심각한 난항을 겪고 있다. 봉중근과 김광현이 나란히 어깨 재활로 빠진 것을 비롯해 김진우가 팔꿈치 통증, 홍상삼이 발목 부상으로 낙마한 가운데 투타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된 현역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추신수도 적응을 이유로 태극마크를 고사했다.
당초 선정된 대표팀 멤버 28명중 무려 6명이 무더기로 교체됐다. 역대 대표팀을 통틀어 이렇게 교체 멤버가 많았던 것도 드문 일이다. WBC에서도 2006년 1회 대회에서 아시아 예선 중 김동주의 어깨 탈골 부상으로 정성훈이 대체했고, 2009년에는 2회 대회에서는 최종 엔트리 발탁을 앞두고 박진만이 어깨 부상으로 빠진 게 전부였다.
시즌 개막 직전에 열리는 WBC는 대회 시기에서 특수성을 갖고 있다. 몸이 재산인 프로 선수들에게 민감한 시기인 데다 특별한 혜택도 없는 대회라 상당수 선수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각 팀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얽혀있다. 선수 선발을 놓고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으며 태극마크 가치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 모습.
특히,'왼손 빅3' 류현진-김광현-봉중근의 부상 공백으로 확실한 에이스가 윤석민밖에 없는 투수진에서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위기론이 불거지는 결정적인 이유. 1회 대회에서 4강, 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3회 대회에 대한 팬들의 눈높이도 한껏 상향 조정돼 있어 류중일 감독이하 선수단의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이 모든 악조건 감수하며 긍정의 힘으로 선전 다짐했다. 수장이 흔들리면 대표팀 전체가 크게 휘청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상의 선수들은 아니지만 새롭게 기회를 잡은 장원준·서재응·이용찬·차우찬·윤희상·손아섭 등 대체 선수들의 의지도 대단하다. 특히 서재응을 뺀 5명 모두 A급 국가대표는 처음이다.
여기에 이승엽-이대호-김태균의 강력한 중심타선과 진갑용·오승환·정대현·윤석민·이진영·김현수 등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선수들의 존재는 큰힘 이다. 마음을 비우고 긍정의 힘으로 승부할 때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2009년 WBC도 사령탑 선임 과정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고비를 잘·넘기며 준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긍정론으로 정면돌파를 선언한 류중일 감독. WBC 대표팀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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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