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SNL코리아’에서 유독 눈에 띄는 얼굴이 있다. 동글동글한 눈매에 자그마한 체구로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는 빨간옷의 그녀, 김슬기다. ‘귀엽다’는 칭찬을 받는 외모의 소유자, 김슬기는 시원하기 그지없는 속사포 욕 연기로 반전 매력을 뽐내고 있다.
김슬기가 시청자에게 제대로 각인된 건 정치 풍자 콩트 ‘여의도 텔레토비’의 ‘또’를 통해서였다. 야무지게 오므린 입술로 뱉어내는 된소리의 향연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묘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그는 욕과 거리가 먼 인물, 피나는 노력 끝에 이 같은 결과가 만들어졌다.
“제작진, 스태프들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잘 배운 것도 있지만 제가 부산 사람이어서 욕에 사투리가 가미된 게 주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평소 욕을 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하고 나면 스스로 어색한 느낌이 있는 거예요. 그랬던 경험에 볼 때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보여지는 제 욕 연기는 100% 만족해요.(웃음)”

‘SNL코리아’는 19세 이상 시청등급을 가진 성인 프로그램이다. 재미에 초점을 맞추지만 누군가는 섹시한 콘셉트, 노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야 한다.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기 전 이 캐릭터는 김슬기의 몫이었고 그는 이 부분에서 부담을 느꼈다.
“또로 강한 인상을 남긴 게 사실이지만 ‘SNL코리아’에서 한 캐릭터가 엄청나게 많았어요. 제일 힘들어 하는 건 노출 연기에요. 정규 시즌 들어오기 전에는 노출 연기를 할 만한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했었어요. 할 때도 힘들고 잘 하는지도 모르겠고…. 다행히 반응은 좋았는데 힘들게 했던 기억이 있어요.”

신인으로 또, 여배우로 정치적 이야기가 담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여의도 텔레토비’가 올 한해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대선을 겨냥했다는 점은 그의 어깨에 더 큰 짐을 올려놓은 셈이 됐다.
“정치인 분장을 할 때 부담이 없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시키면 다 하자는 주의거든요.(웃음) 내가 이 캐릭터를 해서 득을 볼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캐릭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 들어 김슬기는 “예뻐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인터뷰, 촬영 일정으로 헤어스타일링을 하고 풀 메이크업을 받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예뻐진 미모 덕에 최근 열애 중이 아니냐는 의혹이 힘을 얻기도 했다.
“연애! 하고 싶어요. 이제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웃음) ‘SNL코리아’, 연극 ‘서툰 사람들’을 하느라 크리스마스는 공연장에서 보냈어요. 새해가 돼도 특별히 스케줄에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고요. 하하. 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데요, 만나면 상대방한테 잘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어려서부터 이야기했던 게 내가 다치더라도 아낌없이 주자였어요. 그래야 나중에 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아서요.”

‘여의도 텔레토비’ 말고도 ‘면접’, ‘이엉돈 PD의 먹거리X파일’ 등 김슬기는 ‘SNL코리아’ 대부분의 코너에서 모습을 보였다. 그것도 큰 NG 한 번 없이 말이다. 낭랑한 목소리와 똑 부러지는 발음이 그의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사실은 ‘척’을 하고 있는 중이란다.
“야무져 보이지만 엄청 덜렁대요. 보시는 것과 많이 다를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인지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도 즐거운 로맨틱 코미디 물이에요. 물론 선 굵은 연기를 해보고 싶지만 저는 나이마다, 시기마다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 연기를 할 시기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먼저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하정우 선배님하고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데, 모르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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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