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 굵직한 사건이 유난히 많았던 임진년도 어느덧 저물어가고 있다. 류현진의 사상 첫 메이저리그 직행과 700만 관중 등 신기록 행진이 이어지기도 했고, 박찬호-이승엽-김태균 등 해외파가 복귀해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2004년을 끝으로 현장을 떠났던 김응룡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는 파격적인 인사도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빛이 많은 해였다.
기쁜 소식만 있었던 건 아니다. 시즌 초 터진 경기조작 스캔들은 프로야구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이었고, 현재 진행중인 대학야구 입시비리 파문 역시 한국 야구계의 현실을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미래의 강타자로 손꼽히던 유망주 이두환은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빛과 그림자로 2012년 프로야구를 돌이켜 봤다.
▲ 빛

- 프로야구 최초 류현진 메이저리그 직행
2573만 7737달러 33센트. 우리 돈으로 약 275억원이 넘는 거액의 몸값이 메이저리그에서 또 나왔다. 정상급 메이저리거의 이적료로 충분한 이 액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 직행에 성공한 류현진의 왼쪽 어깨에 매겨진 가치였다.
올 시즌을 끝으로 7년을 채워 해외 포스팅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한화 구단의 동의를 얻어 미국시장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당초 1천만달러 선으로 예상됐던 포스팅 금액은 무려 2573만 7737달러 33센트, LA 다저스가 류현진과의 단독협상권을 얻기 위해 써 낸 액수였다. 다저스와의 연봉 협상에서도 류현진은 두둔한 배짱을 선보여 결국 6년간 최대 4200만달러를 받는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구대성과 이상훈도 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중간에 일본 프로야구를 거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 사상 최초 700만 관중 돌파
바야흐로 프로야구의 전성기다. 2008년부터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 프로야구 인기는 올해 7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해 681만명의 관중을 기록한 KBO는 올해 관중 목표로 700만명을 내걸었고, 결국 715만명이 야구장을 찾아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올해 프로야구에는 호재와 악재가 겹쳤다. 개막 전 경기조작 파문이 터져 나오면서 흥행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시즌에 돌입하고 난 이후에는 연일 경기장이 가득 들어찼다. 시즌 중반까지 800만 관중 페이스를 기록했지만 런던 올림픽이 끝난 뒤 점차 주춤해지며 결국 715만명에 만족해야 했다.
- 10구단 승인, 창단 돌입
긴 시간동안 8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던 프로야구는 NC 다이노스의 등장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올해 2군에서 첫 시즌을 보낸 NC는 2013년 1군에 전격적으로 합류해 당분간 9구단 체제로 리그는 운영된다.
필연적으로 10구단도 탄생 수순을 밟았지만 6월 있었던 이사회에서 논의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창단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선수협은 거세게 반발, 올스타전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고 시즌이 끝난 뒤에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불참을 결의했다. 결국 이사회는 10구단 창단을 승인했고 수원과 KT, 전북과 부영이 손을 잡고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년 1월 7일까지 창단 희망서 접수가 끝나면 심사위원회에서 10구단의 주인공을 가릴 예정이다.

▲ 어둠
- 경기조작 스캔들
프로야구의 뿌리부터 흔들어버릴 사건이 연초 터진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았던 경기조작이 프로야구에도 손을 뻗쳤다는 소식이었다. 배구로부터 시작된 경기조작 수사는 야구에도 범위를 넓혔고, 검찰 조사결과 박현준과 김성현(전 LG)이 연루됐다고 밝혀져 충격을 낳았다.
이들 둘은 1회 고의볼넷을 내주는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한 건당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았고 결국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 받았다. 법원의 최종판결이 내려지기에 앞서 KBO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들 두 선수를 영구제명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 대학야구 입시비리 파문
시즌이 끝난 뒤에는 대학야구 입시비리 파동이 터졌다. 아마추어 팀을 맡고 있지만 모두 프로 선수 출신들이라 그 여파는 작지 않았다. 특히 올 시즌 롯데 감독을 맡았던 양승호 전 고려대 감독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학생 선발을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또한 2000년부터 2001년까지 LG 감독을 맡았던 이광은 배재고 감독은 현재 수배 상태다.
- 스러져간 유망주, 이두환 사망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두산에서 KIA로 팀을 옮겼던 이두환은 그 직후 대퇴골두육종 판정을 받았고, 1년 여동안 투병생활을 하다 결국 12월 21일 숨졌다. 마침 그 날은 긴 투병생활에 지친 이두환을 위한 자선경기가 벌어진 날이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현역선수가 긴 투병생활을 한 끝에 세상을 떠났지만 프로야구는 이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두산과 KIA로부터 조금씩의 지원은 있었지만 이두환의 병원비를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남겨진 이두환의 가족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장례 문제에 있어서도 선수협은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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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LA 다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