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공을 던지든 다 친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LA 다저스 류현진(25)이 최고의 천적으로 최정(25)을 꼽아 화제가 됐다. 지난 27일 방송된 MBC '무릎팍도사'에 게스트로 출연한 류현진은 SK 내야수 최정을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로 꼽으며 "내가 어떤 공을 던지든 다 친다. 일부러 느린 공을 던져도 따라와서 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류현진은 "최정은 내 표정만 봐도 뭘 던질지 알겠다고 하더라. 팀 동료들이 '왜 최정만 나오면 맞냐'고 하는데 나 그 이유를 모르겠다. 맞고 싶은 투수가 어디있겠나"라고 답답해 했다. 대한민국 최고투수가 혀를 내두른 최정은 이날밤 순식간에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새삼스럽게 화제에 올랐다.

그렇다면 기록으로 본 류현진-최정의 천적 관계는 어떨까. 류현진이 데뷔한 2006년부터 최정도 1군 선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후 올해까지 7년간 총 65차례 맞붙었다. 결과는 58타수 21안타 타율 3할6푼2리로 최정의 완승. 최정의 통산 타율(0.287), 류현진의 통산 피안타율(0.235)과 비교하면 상대성이 눈에 띈다.
특히 안타 21개 중에는 홈런이 4개이고, 2루타도 5개나 포함돼 있다. 고의4구 3개 포함해 볼넷도 5개를 골라냈고, 몸에 맞는 볼과 희생플라이도 각각 1개씩. 삼진도 14개를 당했지만 최정의 안타 숫자가 훨씬 더 많다.
처음부터 최정이 류현진에게 강한건 아니었다. 2006년에는 12타수 2안타 타율 1할6푼7리 6삼진으로 철저하게 막혔고, 2007년에도 5타수 1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2008년 14타수 4안타 타율 2할8푼6리로 상승했고, 2009년에도 표본은 적지만 3타수 2안타를 쳤다. 류현진의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2010년에는 3차례 붙어 2타수 1안타에 볼넷 하나를 골라낸 것이 전부였다.
2011년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최정에게로 완벽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그해 최정은 류현진을 상대로 9타수 5안타 타율 5할5푼6리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홈런 3개에 2루타도 1개 보탰다. 2012년에도 최정은 류현진으로부터 13타수 7안타 타율 5할3푼8리로 초강세를 보였다. 볼넷 2개는 모두 류현진답지 않은 고의4구였다.
2011~2012년 2년간 성적만 놓고 보면 22타수 12안타 타율 5할4푼5리. 이 기간 동안 최정은 류현진 상대로 1경기 2안타 멀티히트도 4경기나 됐다. 지난 8월4일 대전경기에서는 3타수 3안타를 때려냈다. 류현진이 허탈한 표정을 지은 그 경기였다.
하지만 기록상으로 최정보다 류현진에게 더 강한 타자가 있었으니 바로 두산 강타자 김동주였다. 김동주는 류현진과 통산 맞대결에서 32타수 16안타로 타율이 정확히 5할에 달한다. 홈런을 3개나 기록하며 초강세. KIA 나지완도 류현진 상대로 통산 38타수 16안타 타율 4할2푼1리로 강했다. 홈런과 2루타가 2개씩 있었고, 볼넷도 9개를 골라냈다. 그 중에는 2개의 고의4구도 포함돼 있다. LG 정성훈도 68타수 25안타 타율 3할6푼8리 3홈런, 롯데 조성환도 62타수 23안타 타율 3할7푼1리 1홈런.
오릭스 4번타자 이대호도 빼놓을 수 없다. 이대호는 류현진으로부터 가장 많은 홈런(7개)을 터뜨린 타자다. 6년간 류현진과 이대호는 통산 79차례 맞대결했다. 결과는 67타수 24안타로 타율 3할5푼8리에 7홈런 2루타 5개 10볼넷 1사구 1희생플라이 17삼진. 류현진에 가장 많은 홈런과 장타를 뽑아낸 타자가 다름 아닌 이대호였다. 류현진은 일전에 "대호형은 너무 잘쳐서 상대하기 빡빡했다. 그나마 운이 좋아서 몇번 잡았을 뿐이지 정말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였다"고 말했다.
이외 삼성 최형우는 왼손 타자임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에게 40타수 16안타로 정확히 4할의 타율을 기록했다. 홈런과 2루타도 나란히 4개씩 터뜨리며 거포답게 장타가 안타의 절반을 차지했다. 왼손 타자 중 가장 강했다. SK 박재상도 33타수 12안타 타율 3할6푼4리, 두산 김현수도 36타수 16안타 타율 3할6푼1리 1홈런으로 류현진을 잘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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