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구원투수와 최고의 선발투수.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30)과 KIA 타이거즈 윤석민(26)은 아직 연봉협상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2005년 입단동기인 두 선수의 올 시즌 연봉은 3억8천만원으로 같았다. 일단 오승환은 올해 연봉 상승요인이 충분하다. 47세이브를 기록했던 지난해만큼의 활약은 아니었지만 50경기에 등판, 2승 1패 37세이브(1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1.94를 기록했다. 2년 연속 구원왕도 오승환의 차지였다.
삼성에서 오승환이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다. 삼성은 역대 리그우승 6회, 한국시리즈 우승 5회를 기록하고 있는데 오승환이 입단한 2005년 이후에만 4번 우승했다. 그리고 오승환은 우승 과정에서 모두 절대적인 활약을 했다. 2005년과 2011년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고 통산 8세이브로 이 부문 압도적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1세기 초반 '삼성 왕조'가 열린 건 오승환의 공이 컸다.

지난해 오승환은 2억4천만원에서 3억8천만원으로 연봉이 1억4천만원 껑충 뛰었다. 그리고 올해는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삼성은 오승환에게 1억7천만원 인상된 연봉 5억5천만원을 제시했는데 거절했다.
오승환이 그 이상의 연봉을 바라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제까지 연봉을 백지위임했던 자세에서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미다. 올해로 해외진출 자격을 얻었던 오승환이지만 구단의 설득으로 내년 FA까지 뛰기로 했는데 이에 대한 보상을 해 달라는 암묵적인 목소리이기도 하다. 게다가 'FA 프리미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불펜투수 처우개선이다. 오승환이 꾸준히 강조해왔던 사안이기도 하다. 김병현의 내년 연봉이 6억원으로 정해진 가운데 오승환이 불펜투수로 투수연봉 1위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삼성과 오승환은 내년 초 다시 만나 연봉협상 테이블을 차릴 예정이다.
윤석민은 오승환보다는 연봉 인상요인이 적다. 지난해 투수 4관왕에 오르면서 1억9천만원에서 100% 인상된 3억8천만원에 계약했지만 올해 성적은 9승 8패 153이닝 평균자책점 3.12에 그쳤다. 평균자책점 8위, 최다이닝 15위, 완투 3회, 완봉 2회는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윤석민이라는 이름에 비하면 아쉽다.
때문에 구단은 연봉협상 기준을 세우기 애매해졌다. 윤석민은 작년과 달리 올해 연봉협상은 간단하게 끝낼 것이라고 말하지만 구단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소폭 인상.
내년 시즌을 소화하면 윤석민은 FA 자격을 얻는다. 일반적인 선수라면 타팀 FA 이적을 막기위한 최소한의 방어장치인 'FA 프리미엄'을 붙일 만하지만 윤석민은 진작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지 오래다. 류현진의 LA 다저스 입단도 윤석민에게는 큰 자극제다. 이미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윤석민은 내년 시즌을 마친 뒤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릴게 확실시된다.
KIA로서는 윤석민의 연봉에 고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리미엄을 붙이기 애매하지만, 내년에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기에 무작정 낮게 줄수만도 없다. 이른바 '미국 변수'가 남아있는 셈이다.
오승환과 윤석민 모두 연봉책정에 있어서 다양한 변수가 얽혀있다. 오승환이 구원투수로 삼성으로부터 얼만큼의 연봉을 받아낼지, 메이저리그 타진을 눈앞에 둔 윤석민에 KIA는 얼마를 줘야 할지 치열한 머리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