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위기론? 발전 기회 될 수 있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2.30 06: 10

“한국과 일본의 대표 단일팀 수준만 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은 단 한 팀을 만들 수 있는 반면 일본은 그 수준의 팀을 2~3개를 만들 수 있다”.
관계자들이 ‘국제용’이라고 칭송하던 스타플레이어들이 대거 불참한다. 그래서 ‘위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창설 이래 최약체’라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또 다른 스타를 발견할 수도 있는 기회임에 틀림없다. 새 얼굴이 대다수 참여하는 2013 대한민국 WBC 대표팀은 재미있는 위험성을 지닌 팀으로도 볼 수 있다.
2013년 3월 치러질 제3회 WBC에 한국은 이대호(오릭스)를 제외한 선수단을 순수 국내파 선수들로 구축해 나설 전망이다. 중심타선을 맡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추신수(신시내티)는 팀 이적과 적응을 이유로 WBC 불참을 선언했고 결국 대체선수로 손아섭을 뽑았다. LA 다저스 입단에 성공한 또 한 명의 메이저리거 류현진 역시 구단의 반대로 WBC에 출전하지 못한다.

국제 경기 경험을 갖춘 동시에 ‘일본 킬러’로 위력을 떨쳤던 봉중근(LG), 김광현(SK)도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부상과 몸 상태를 이유로 출전을 포기했다. 나라를 대표하며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위력을 보여준다는 것이 중요하지만 FA 취득일수, 상금 분배 외에는 별다른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WBC인 만큼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에게는 부담이 가는 대회인 것이 사실이다. 결국 WBC 대표팀은 국내파 선수들이 대부분 참여하게 되었고 프로 데뷔 후 메인 국제대회 경험이 전무했던 선수들도 많다.
반대로 생각하면 경험이 없는 선수들은 상대 국가에 노출한 데이터도 거의 없는 셈. 또한 국제 대회 초보로 충분히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도 그동안 얼마든지 있었다. 2009년 2회 WBC 당시 ‘국민 노예’로 구위를 뽐낸 정현욱(LG)은 태극마크 초보 계투였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 중 한 명인 강정호(넥센)도 1군급 대표팀 경험은 처음이었으나 아랑곳없이 ‘셀프 면제포’를 터뜨렸다.
한 일본 야구 관계자는 “WBC에서 본 한국 대표팀 선수단의 힘이나 개개인의 실력은 일본 대표팀에 못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그 한 팀이 최선의 선택이고 일본은 똑같은 실력의 팀을 2~3개 꾸릴 수 있다. 양대 리그에서 폭 넓게 선수를 선발해 국제 경기 경험을 보다 넓게 쌓아준 데도 이유가 있다”라고 밝혔다. 선수 수급 시장이 훨씬 더 넓고 프로야구 구단도 3개가 더 많은 일본의 야구 시장도 감안해야 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올림픽, WBC 등의 출장 기회가 폭넓게 두루 돌아갔다.
그동안 국제 경기 출장에 있어서 대표팀의 문이 선수들에게 폭넓게 열려 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좌완 투수진만 봐도 정우람(SK)은 역대 홀드 1위(117홀드)에 올라있는 특급 좌완 릴리프였으나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고 뒤늦게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비운을 맞았다. 경찰청 소속으로 봉중근의 대체자가 된 좌완 장원준도 마찬가지. 검증된 봉중근, 류현진, 김광현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그 이후에 뽑을 만한 선수들을 둘러보았다. 성적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장원삼(삼성)이 베이징 올림픽, 양현종(KIA)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특례를 받았던 반면 정우람, 장원준을 그저 운이 없었다고 치부하기는 아쉬움이 있다. 국제 대회에서 제대로 기회를 잡을 마당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것. 이번에는 단골 대표 선수들의 불참으로 차우찬, 김상수(이상 삼성), 박희수, 윤희상(이상 SK), 노경은, 이용찬(이상 두산), 유원상(LG), 손아섭(롯데) 등이 처음으로 A급 국제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다.
믿는 구석이 사라졌다고 ‘안 될 거야’라고 지레 겁 먹고 위기론을 운운하는 것은 나약한 생각일 것이다. 3년 전 정현욱, 2년 전 강정호처럼 초보의 반란을 쓰는 선수들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초보가 국제 대회에서도 위력을 떨치는 전례가 많아진다면 태극마크를 맡겨 볼 수 있는 리그 내 선수층도 훨씬 넓어질 수 있다. 못하면 본전이고 잘하면 대박인, 이는 커다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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