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감성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뺀 한지혜(28)를 만났다. 밝고 친근했다.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 속 천해주와 상당히 비슷했다.
그동안 숱하게 들었을 질문을 던졌다. 흔하디흔한 드라마 종영 소감을 기대하며 작품이 끝나고 어떻게 지냈는지를 물었다. 한지혜는 환하게 웃었다. “치열하게 답할까요? 아니면 편하게 답할까요?” 적당한 균형을 유지해달라 말하자, 진지하다가도 때론 친구와 수다 떨 듯 편안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한지혜는 ‘메이퀸’에서 지독하게도 울었다. 그가 연기한 해주는 냉혈한 장도현(이덕화 분)에게 모질게도 당했다. 한지혜의 수난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맞기도 했다. 뺨이 남아나지 않았다.

“온갖 종류의 눈물을 흘려본 것 같아요.(웃음) 처음에는 그렇게 자주 우는 게 많이 힘들었거든요. 살면서 그렇게 심하게 울어본 적이 없으니깐요. 그런데 하다 보니 눈물 연기가 많이 편해졌어요. 촬영이 끝나도 감정이 깨지지 않고 계속 눈물이 나왔어요. 하도 울다 보니 나중에는 희열이 느껴지던데요.”
그는 있는 힘껏 연기를 했다. 덕분에 고난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해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한지혜의 밝은 미소에 시청자들이 웃었고 그의 눈물에 시청자들도 울었다.
‘메이퀸’은 9개월 만의 복귀작이었다. 그는 한동안 미국에서 영어 공부도 하고 휴식도 취했다. 미국 생활로 대중의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바쁜 연기자의 일상에서 벗어나 공부를 하면서 자신감도 얻었다.
“다들 아역인 김유정 양이 연기를 잘해서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고 묻더라고요. 작품 들어갈 때 희한하게도 배짱이 있었어요. 아역배우 연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거나 겁을 먹지도 않았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미국에서 지낸 시간이 저에게 자신감을 갖게 했죠. 또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도 있었어요.”
김재원과의 티격태격 사랑싸움, 알고 보니 애드리브

주인공인 까닭에 하루에 2~30개의 신을 촬영했다. 6시간씩 걸려가며 서울과 울산을 오고갔다.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가 그렇듯 대본은 일찍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그러나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연기를 몰입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정말 대본을 외울 시간이 턱없이 모자랐거든요. 중반부터는 무리 없이 소화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했죠. 그런데 시간이 더 지나니깐 감정연기를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부탁을 드려서 연기를 했죠.”
한지혜는 김재원과의 티격태격 사랑싸움으로 인해 복수 소재의 ‘메이퀸’을 로맨틱 코미디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런데 이 장면들 중 상당수가 두 사람이 즉석에서 만든 애드리브였다.
“처음에는 재원 오빠의 애드리브 때문에 당황했죠. 오빠는 정말 특이하고 재밌는 분이에요.(웃음) 계속 연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애드리브에 적응이 되더라고요.”
한지혜는 이번 작품에서 강산 역의 김재원과 박창희 역의 재희에게 동시에 사랑을 받았다. 초반에는 덕분에 어장관리녀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전 캐릭터대로 연기를 했는데 어장관리녀라고 하시니까 당황스러웠죠. 사실 어장관리보다는 제 매력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했어요.(웃음) 워낙 두 분이 멋있잖아요. 두 분이 매력발산을 정말 잘 하시더라고요. 저 혼자 여자인데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청률 1위 드라마답게 유난히 배우들끼리의 연기호흡이 좋았던 ‘메이퀸’. 마지막 회까지 한지혜를 비롯한 배우들은 대본을 연구하며 감정 연기를 어떻게 할지 함께 고민했다. 해주가 모든 것을 잃고 죄책감에 자살하려는 도현을 붙들기 위해 아버지라고 부르는 장면도 그랬다.
“저는 도현을 살리기 위해 억지로 말하는 ‘아버지’였으면 했어요. 이덕화 선생님은 좀 더 애절하게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감독님과도 어떻게 해야 하나 상의를 했죠. 정말 많은 대화를 한 끝에 대본대로 좀 나중에 하게 됐어요.”
한지혜는 ‘메이퀸’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여자 주인공이었다. 정말 많은 분량을 짧은 시간에 촬영을 하느라 기운이 빠질 법 한데 그는 연기하는 게 재밌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은 자녀 계획은 없다고.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죠. 그런데 연기하는 것에 재미 들렸어요. 계속 작품을 하고 싶어요. 재미를 만끽하고 그 후에 아기를 낳고 싶어요. 내년에는 더욱 열심히 연기해야죠. 쉬지 않고 계속 작품을 하고 싶어요. ‘메이퀸’의 흥을 이어받아서 새 작품을 할 생각이에요. 하하하.”
한지혜는 인터뷰 끝머리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나섰다. 그는 ‘메이퀸’을 통해 숨겨진 액션본능을 발견했다고 들뜬 감정을 표현했다. 워낙 모진 풍파를 겪는 캐릭터인 까닭에 유난히 폭행장면도 많았다. 특히 도현 일당이 해주를 납치하려고 하자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보여준 한지혜의 액션연기는 기대이상이었다. 이 기세를 몰아 액션배우 한지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 장면을 찍으려고 일주일 전부터 몸을 풀었어요.(웃음) 스트레칭도 하고 계속 뛰어다녔죠. 대역배우 없이 제가 혼자 다 했어요. 저도 모르는 액션본능을 발견한 거죠. 촬영 후에 조연출 분이 나중에 액션 연기를 꼭 하라고 추천해주셨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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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