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프로야구 역사상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한 SK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금자탑이 그것이다. 경쟁자들의 견제가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SK가 이 숫자를 ‘7’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도 2013년 프로야구의 관전 포인트로 손색이 없다.
SK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2006년 6위에 그쳤던 SK는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을 영입하며 팀 개조에 나섰다. 강훈련을 바탕으로 강해진 SK는 2007·2008년 연달아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며 명실상부한 최강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2009년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 고전하며 KIA에 왕좌를 내줬지만 2010년 타이틀을 탈환하며 4년 사이 세 번이나 한국시리즈를 정상을 밟는 쾌거를 이뤘다.
이 기간 중 SK가 남긴 것은 성적뿐만이 아니었다. 리그의 트렌드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밀한 작전과 선수들의 수행 능력이 근간이 되어 ‘스몰볼’ 열풍을 일으켰다. ‘벌떼야구’로 대변되는 불펜 중심의 마운드 운영 역시 하나의 문화 충격이었다. 한편으로는 기동력과 수비력이라는 가치의 재조명을 이뤄낸 것도 바로 SK였다. 그러자 너도 나도 SK를 쫓아오며 장점을 배우기 위해 애썼다. 강호라는 인식도 확고해졌다. 숫자 못지않은 업적이다.

그러나 기록 경신은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경쟁팀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반면 SK는 전력 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SK는 지난 2년간 삼성에 밀려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다. 고비 때마다 저력을 발휘하고는 있지만 예전만큼 압도적인 맛은 없다.
2013년은 최대의 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전력 손실 요소가 너무 많다. 4번 타자 이호준은 FA 자격을 얻어 신생팀 NC로 떠났고 불펜의 핵이었던 마무리 정우람은 군에 입대했다. 1년 전 정대현 이승호를 각각 FA로 잃은 경험이 있는 SK로서는 계속된 전력 이탈에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SK 왕조를 이끌었던 에이스 김광현 또한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다음 시즌 활약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악재다.
하지만 SK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승리를 통해 강해진 주축 선수들이 건재한 이상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SK는 2012년에도 고전했지만 끝내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가을바람이 분 이후에는 승승장구했다. 경기는 물론 한 시즌 전체를 풀어나가는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점은 돈으로 사지 못할 SK만의 강점이다.
관건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이탈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것, 그리고 최근 부상으로 고전했던 선수들이 얼마나 부활하느냐다. 당장 4번 타자와 마무리가 빠진 SK다. 그 어떤 팀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공백이다. 김광현 송은범 박경완 등 부상으로 이탈과 복귀를 반복했던 선수들의 몸 상태에도 관심이 몰린다. 한편으로는 채병룡 윤길현 이재원 나주환 등 최근 군에서 제대한 선수들이 팀 전력을 얼마나 끌어 올리느냐도 SK의 운명을 쥐고 있다.
한편 김성근 전 감독과는 야구관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이만수 SK 감독의 색깔 내기도 관심사다. 이 감독은 부임 당시 “한국야구와 메이저리그 야구의 접목을 추구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지만 아직은 자신의 야구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미 ‘SK식 야구’에 익숙해진 기존 선수들과 함께 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과도기였다. 이 과도기를 최소화하며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도 SK가 롱런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숙제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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