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좌완들, 2013년 반격 정조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2.31 06: 08

 최근 몇 년간 한국프로야구는 왼손 투수의 열풍이었다. 그러나 이 흐름은 2012년 들어 꺾였다. 그래서 2013년이 중요하다. 왼손 투수들이 단지 한 해를 쉬어간 것인지, 아니면 침체의 시발점인지를 가늠할 중요한 해라고 할 만하다.
2008년 이후 프로야구에서는 왼손 에이스들의 득세가 뚜렷했다. 리그를 지배하는 슈퍼 에이스들이 많이 나온 시기이기도 하다. 류현진(현 LA다저스) 김광현(SK)이라는 걸출한 재능들이 마운드를 호령했고 장원준(현 경찰청) 양현종(KIA) 장원삼 차우찬(이상 삼성) 봉중근(LG) 등 왼손 선발 자원들이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성적만 봐도 이 흐름을 쉽게 알 수 있다. 시작은 2008년이었다. 2008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선수는 총 15명이었다. 이 중 김원형(SK·12승) 이재우(두산·11승) 정현욱(삼성·10승)을 중간 계투 요원으로 분류하면 그 수는 12명으로 줄어든다. 12명 중 다승왕 김광현(16승)과 2위 류현진(14승)을 포함, 왼손 투수는 5명(김광현 류현진 장원삼 장원준 봉중근)이었다. 오른손과 왼손의 비율 차이를 생각하면 약진이었다.

2009년에도 장원준 류현진 이현승이 13승을 올린 것을 비롯, 김광현(12승) 양현종(12승) 봉중근(11승)까지 총 6명의 왼손 투수가 선발 보직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2010년은 절정이었다. 김광현이 17승으로 다승왕, 류현진과 양현종이 16승으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그 외에도 장원삼(13승) 장원준(12승) 차우찬 번사이드 봉중근(이상 10승)까지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낸 왼손 투수가 총 8명에 달했다. 오른손 투수는 5명이었고 그나마 세 명의 외국인 선수(카도쿠라, 히메네스, 사도스키)가 포함된 기록이었다.
그러나 2011년을 기점으로 왼손 투수의 기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2011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왼손 투수는 4명(장원준 류현진 차우찬 주키치)에 그쳤다. 2012년도 4명이었지만 외국인 투수가 3명(유먼, 주키치, 밴헤켄)이나 됐다. 국내 선수로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왼손 투수는 다승왕 장원삼(17승)이 유일했다.
부상 등 여러 가지 사유로 부진이 겹친 탓이 컸다. 류현진은 평균자책점 2.66의 빼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며 9승에 그쳤다. 김광현은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2년 연속 10승 클럽에서 이름이 빠졌다. 류현진과 함께 가장 꾸준한 왼손 선발이었던 장원준의 입대도 무시 못할 요소였다. 
류현진 김광현의 뒤를 이어 두각을 드러낸 양현종과 차우찬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진에 시달렸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몸 만들기에 진통을 겪었던 양현종은 28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5.05,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았던 차우찬은 시즌 초반부터 고전한 끝에 6승7패2홀드 평균자책점 6.02에 그쳤다.
그렇다면 2013년에는 이 흐름이 뒤바뀔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의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 왼손 투수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김광현은 다시 어깨 재활에 들어갔다. 양현종과 차우찬도 원점에서 시작하고 있다. 두 선수는 잃어버린 투구 밸런스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다음 시즌 활약을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이들을 넘어설 만한 새로운 왼손 자원들의 출현이 더디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추세는 외국인 선수 선발을 왼손에 집중하는 새로운 풍토도 낳고 있다. 아직 외국인 선수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6명의 왼손 투수들이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SK는 아예 외국인 선수 두 명(세든, 슬래튼)을 모두 왼손으로 뽑았고 한화(이브랜드)와 NC(윌크)도 왼손 선발 자원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이미 재계약을 확정지은 유먼(롯데)과 밴해켄(넥센)도 왼손이라는 희소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수준급 좌완이면 기본은 한다”라는 각 구단들의 생각으로 이어졌다. 한편 주키치(LG)의 계약 확정, 그리고 두산 등 왼손 투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팀들의 계약 여부에 따라 이 숫자는 더 불어날 수 있다.
이러한 좌완 외국인 선수의 공습과 맞물려 토종 선수들이 자존심을 살릴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특히 이 몫을 톡톡히 했던 류현진이 떠남에 따라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움츠러들었던 왼손 투수들은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2013년 프로야구를 관통하는 하나의 화두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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