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의 새로운 소속팀이 된 시카고 컵스의 겨울 행보를 놓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착실하게 마운드를 보강했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반격의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컵스는 2012년 61승101패(승률 .377)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5위에 머물렀다. 메이저리그(MLB) 30개 팀 중 컵스보다 승리를 못 따낸 팀은 중부지구 최하위 휴스턴 한 팀뿐이었다.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친 총체적 난국이었지만 역시 부실한 마운드가 문제였다.
컵스는 2012년 4.5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MLB 24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앞문과 뒷문 모두 문제였다. 선발진은 42승76패 평균자책점 4.52(전체 23위)로 제 몫을 못했다. 선발승은 리그 28위, 선발패는 클리블랜드·휴스턴과 리그 공동 선두의 불명예를 안았다. 뒤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평균자책점 4.49는 리그 27위, 28번의 세이브는 리그 최하위였다.

이런 컵스가 이번 오프시즌 최대 목표로 마운드 보강을 내건 것은 당연했다. 분주하게 움직인 결과 다소간의 성과도 보인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우선 선발진의 양적 강화가 눈에 띈다. 컵스는 스캇 펠드먼, 스캇 베이커를 영입한 것에 이어 에드윈 잭슨,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까지 손에 넣으며 선발진을 재정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역시 4년 52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안겨 준 잭슨이다. 2012년 워싱턴 소속으로 10승11패 평균자책점 4.03을 올린 잭슨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와 183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현지 언론도 현명한 장사를 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역 유력지 ‘시카고 트리뷴’의 필 로저스 기자는 “잭 그레인키(LA다저스), 아니발 산체스(디트로이트)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은 시장 상황에서 잭슨에게 연간 13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MLB.com’의 캐리 머스캣 기자 역시 산체스와 비교할 때 합리적인 계약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머스캣은 “잭슨이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한 2010년 7월 31일 이후, 잭슨과 산체스의 성적은 거의 비슷하다”라면서 “그럼에도 산체스는 디트로이트와 5년 8000만 달러의 계약을 했다. 잭슨은 4년 5200만 달러의 계약이다”라고 컵스의 선택이 옳았음을 주장했다.
펠드먼(1년 600만 달러), 베이커(1년 550만 달러), 비야누에바(2년 1000만 달러)도 선발 로테이션을 보강할 수 있는 자원이다. 2009년 17승 투수였던 펠드먼은 2012년 텍사스에서 6승11패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했다. 올해 토론토에서 선발과 중간을 오간 비야누에바는 7승7패 평균자책점 4.16의 성적을 냈다.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4~5선발 자리에서는 나름대로의 몫을 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2009년 15승을 포함, MLB 통산 63승을 기록 중인 베이커는 팔꿈치 부상에서 벗어날 경우 투자 이상의 성적을 낼 수도 있는 기대주다. 올 한 해 부상으로 고전했던 에이스 맷 가르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시즌 시작에 맞춰서는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불펜도 보강 요소가 있었다.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하나인 후지카와 규지를 영입해 불안한 마무리 보직의 보험을 만들었다. 2년간 950만 달러의 계약으로 적지 않은 기대치가 읽힌다. 부상으로 재활 중인 임창용을 영입하며 미래를 도모했고 최근에는 왼손 셋업맨 다카하시 히사노리와도 마이너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펜 쪽에는 추가 영입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좀 더 전력이 보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번 보강으로 컵스의 마운드가 단번에 리그 정상급으로 발돋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2012년 이상의 마운드 높이는 기대할 수 있다. 적어도 올해보다는 더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장기적인 팀 개편을 진행하고 있는 컵스로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미 있는 발걸음을 떼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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