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 마무리 되는 시점이지만 스토브리그는 여전히 뜨겁다. 내년 연봉을 놓고 구단과 선수들의 줄다리기가 계속이다. 이 중 내년 시즌 후 FA자격을 얻을 ‘예비 FA’들의 계약 소식이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다. 기준을 놓고 진통이 심하다는 후문이다.
일찌감치 연봉 협상 테이블을 정리한 넥센을 제외하면 각 구단들의 연봉 협상 진척도는 대부분 70~80% 정도다. 재계약률만 놓고 보면 많이 마무리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상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까지는 난항의 여지가 크지 않은 2군급 선수들이 재계약률을 끌어올렸다면 앞으로는 굵직한 선수들과의 협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예비 FA 선수들은 해를 넘기는 경우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구단과 1~2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서로의 금액차만 확인하고 다음을 기약한 경우가 많다. 최근 1억7500만 원 인상된 4억 원에 연봉협상을 마무리한 2012년 다승왕 장원삼(삼성) 정도가 무난하게 도장을 찍은 정도다. 나머지 선수들은 아직 특별한 소식이 없다.

국내 최고의 마무리인 오승환(삼성)은 구단의 5억5000만 원 제시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억8000만 원에서 1억7000만 원을 올려 불렀지만 오승환은 고개를 흔들었다. 올해 2억5000만 원을 받은 안지만(삼성)도 구단과의 첫 만남에서 생각의 차이를 확인했다. 그 외 윤성환(삼성) 강민호(롯데) 이용규 윤석민(이상 KIA) 송은범 정근우(이상 SK) 등 대어들도 계약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모양새다.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구단과 선수의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대어급 선수들은 올해의 활약상과 그간 쌓아온 팀 공헌도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여기에 예비 FA들은 좀 더 특별한 변수가 있다. ‘FA 프리미엄’을 얼마나 쳐주느냐다. 보통 FA를 한 해 앞둔 선수들은 구단 측에서 성적보다 더 많은 연봉을 안겨주곤 했다. FA 이적시 발생하는 보상금 등을 감안한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최근 경향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미 FA 시장의 과열을 확인한 구단들이다. 어차피 수십억 원이 드는 FA 영입전에서 보상금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보상금액이 300%(혹은 200%+보상선수 1명)로 기존 450%보다 줄어든 것도 부담을 더는 하나의 요소다. 반대로 선수들은 지금까지의 사례를 많이 봐왔다. 큰 기대를 했던 만큼 구단의 제시액이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
곤혹스러운 것은 선수들보다는 역시 구단들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구단으로서는 마냥 연봉을 올려주기가 어렵다. 어디까지나 연봉 협상의 기준은 고과가 되어야 한다”라고 하면서도 “우리만의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선수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걱정을 드러냈다. 이번 협상의 기억이 1년 뒤 FA 협상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전략도 그만큼 신중히 짜야 한다는 뜻이다.
성적과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지금은 일본무대에 진출한 이대호(오릭스)도 FA 취득을 1년 남긴 2010년 말 롯데와 연봉을 놓고 심한 진통을 겪었다. 롯데는 6억3000만 원을, 이대호는 7억 원을 고수한 끝에 급기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연봉조정까지 거쳤다. 승자는 롯데였지만 팬들의 비난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고과와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금액을 도출해야 하는 구단과 예비 FA의 연봉 협상이 생각보다 더 어려운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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