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은 데뷔 이후 늘 미녀 톱스타란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그냥 미모만 출중한 스타가 아니고 연기가 되는 여배우가 바로 손예진이다. 덕분에 그의 출연작들은 꾸준히 흥행 신화를 이어가는 중이고 올 연말에도 예외없다.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손예진-설경구-김상경 주연의 '타워'는 29일 하룻동안 33만7000명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고수했다. 누적 관객은 모두 135만명. 지난 25일 개봉후 불과 4일만에 기록한 스코어다. 강력한 라이벌 '레미라제블'은 29만5000명으로 2위. '타워'는 개봉 첫 날 선두로 나섰다가 '레미제라블'에 잠시 1위를 뺐기더니 재역전으로 연말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작 '클래식'에서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대한민국 남심을 들고 놨던 손예진. '작업의 정석' 때 여우같은 차도녀로 변신해 다시한번 이 땅의 숱한 마초들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게 하더니 이번에는 청순+도도 캐릭터에 살짝 모성애까지 겸비한 호텔리어 서윤희 역할(초호화 주상복합빌딩의 푸드몰 매니저)로 등장했다.

'타워'는 108층 최첨단 고층빌딩 타워 스카이의 화재를 다룬 할리우드 대작 수준의 재난 블록버스터. 당연히 손예진도 이 영화의 본격적인 전개부터는 얼굴에 검댕을 가득 묻히고 목숨을 건 탈출에 나선다.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스릴러를 넘나들던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또다른 연기 변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극 초반 서윤희 역의 손예진은 깔끔한 수트 차림으로 '타워' 간판미녀로서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어린 딸을 둔 홀아비 김상경의 짝사랑을 한 몸에 받을만한 그녀의 재치와 아름다운 마음씨가 스크린을 밝고 맑게 펼쳐지는 것. 그러나 얼마 후 헬리콥터 충돌로 타워 스카이에 거대한 화재가 발생한 순간부터 손예진은 발 빠르게 재난 블록버스터형 카리스마 여전사 모드로 옷을 바꿔입는다.
위기 때마다 자신보다 어린 소녀의 생명을 먼저 챙기는 '에일리언' 시고니 위버 스타일의 손예진 표 열정 모드가 '타워'의 관람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거대한 재난 앞에서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돌파하는 슈퍼우먼 손예진의 이미지 변신은 '화려한 외출' 김지훈 감독의 손길 아래서 뜨겁게 타올랐다. 실제로 '타워' 촬영 중 그녀는 불과 물을 상대로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찍으면서 숱한 부상 위험을 넘겼다는 게 제작진의 전언이다.
지난 해 연말연시에 달콤 쌉쌀한 스릴러 로맨스 '오싹한 연애'로 300만명 이상을 동원했던 손예진은 이로써 올해도 예외없이 연말에 강한 흥행 여배우 타이틀을 이어갈 전망이다. 개봉 후 입소문을 타고 관객수가 계속 늘고 있는 '타워'는 연말연시 최고 흥행작으로 롱런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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