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더원(38·정순원)이 30일 오후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에서 가왕으로 등극했다. 선배인 이은미를 꺾고 ‘나가수’ 시즌 2의 최종 우승자가 된 것.
그는 지난 9월 2일 새 가수 초대전을 통해 ‘나가수2’에 합류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풍부한 감성 전달력은 대중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더원은 그달 30일 경연까지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초고속 ‘이달의 가수’가 됐다. 이후 죽음의 서바이벌인 가왕전에서도 줄곧 상위권을 기록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더원은 가왕 발표 방송 직후 OSE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운이 좋아서 가왕이 됐다”면서 “‘나가수2’ 가왕전은 운 40%, 노력 30%, 그날의 컨디션 30%인 것 같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가왕을 욕심내기보다는 마지막 무대인만큼 잘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무대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더원은 뒷걸음질 쳤다. 그 정도로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처음엔 그냥 멍했어요. 이게 무슨 소리지, 라는 생각을 했죠. 제가 분명히 무대에 있는데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폭죽이 터지니까 그제야 제가 가왕이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안방극장은 더원의 노래에 열광했을까. 더원은 다른 가수들보다 큰 체격을 이유로 꼽았다. 정확히 표현하면 ‘덩치’라고 했다.
“제가 덩치가 크잖아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더욱 열정적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웃음) 노래를 부를 때 저의 애환이 담긴 것 같아요. 제가 나이는 30대 후반이지만 살아온 인생은 50대이거든요. 노래에 인생의 슬픈 감정이 담겼을 거예요. 대중이 저의 힘든 인생에 손을 잡아주신 것 같아요.”
이은미는 후배의 화려한 비상에 진심 어린 응원을 했다. 그리고 더원은 이은미에게 꽤 오랜 시간 90도 인사를 유지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은미는 후배에게 아낌 없는 조언을 했다.
더원은 “이은미 선배가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하셨다”면서 “선배가 크게 양보해주셔서 내가 가왕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은미 선배가 ‘대중은 참 어렵고 고마운 존재니까 지금을 기억하지 말고 만족하지도 말고 더 나아가라’고 조언했다”면서 “정말 감사한 말씀이었다. 난 선배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인기, 부담스럽다

더원은 ‘나가수2’ 출연 전에는 대중에게 생소한 가수였다. 드라마 OST에 참여하거나 아이돌그룹의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했기에 ‘얼굴 없는 가수’에 가까웠다. 때문에 ‘나가수2’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무대가 끝나면 화장을 지우고 옷도 편안하게 갈아입거든요. 택시를 혼자 타도 아무도 못 알아볼 정도였는데 ‘나가수2’ 때문에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저만의 편한 패션을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드네요.(웃음)”
더원은 지난 4개월여 동안 단 한번도 하위권에 머문 적이 없었다. 탈락 가능성이 높은 첫 번째 순서로 무대에 올라도 언제나 상위권이었다. 그만큼 대중의 더원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다.
그는 “지난 15년간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를 간절히 바랐다”면서 “‘나가수2’를 통해 그런 무대에 오를 수 있었고 운이 좋게도 대중의 관심을 한꺼번에 받게 됐다. 이제는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 걱정이 되고 부담이 된다”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나가수’는 더원이 가왕이 되면서 시즌 2를 마쳤다. 시즌 3 제작여부는 아직 미확정이다. 그에게 ‘나가수’ 시즌 3가 제작되고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요청을 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마음은 도망가고 싶겠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나갈 겁니다. 우선 저에게 기회를 준 제작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를 사랑해주신 대중에 대한 예의고요. 무엇보다도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서 ‘나가수’ 무대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즌 3에서 시즌 2의 가왕으로서 멋지고 당당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가수 더원은 큰 인기만큼이나 바쁘다. 내년에는 전국 투어와 미국, 일본 등에서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 내년 1월에는 새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리메이크곡과 신곡이 포함될 계획이다. 물밀 듯이 쏟아지는 보컬 트레이닝 요청에 재능기부 형태로 책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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