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가 미워요".. 2012 가요기자 잔혹사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2.12.30 16: 59

[OSEN/취재석] 올림픽 이슈를 덮은 걸그룹? 빌보드 2위를 하는 한국 가수? 국민여동생의 스캔들?
어느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2012년은 가요기자들이 잠시도 쉴 틈이 없었던 한해였다. 아무리 '다이내믹'한 곳으로 불리는 가요계라지만, 올 한해는 그 이슈와 논란이 상상을 초월했다.
정상급 아이돌 그룹들이 많이 생겨날 때부터 예상됐지만, 사소한 실수 하나가 모든 네티즌을 들끓게 하는 논란으로 이어졌고, 아이돌 그룹에 '질 세라' 선배 가수들은 더 큰 논란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와중에 싸이의 성공은 상당히 기쁜 소식이었지만, 수개월째 새벽 늦게까지 빌보드 성적을 뒤져야 했던 가요기자들은 '싸이가 밉다'고,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게 나지막이 투덜거려보기도 했다.

1월, 원더걸스 소희와 2AM의 임슬옹의 열애설로 포문을 연 올해 가요계 이슈는 2월 신예그룹 블락비의 태국 인터뷰 태도 논란으로 이어졌다. 국내에선 아직 자리도 잡지 않았던 그룹이 태국으로 건너가 거만하고 정신 없는 자세로 한국 망신을 시켰다는 비난 여론이 높았다. 닉쿤은 자신이 출연했던 태국 음료 광고에 욱일승천기가 삽입돼 이를 바로잡고 사과했다. 
빅뱅의 컴백은 그야말로 '빅이슈'였다. 지난해 교통사고와 대마 관련 논란을 모조리 풀어놓으며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바람에 가요기자들은 연일 귀를 쫑긋 세우기 바빴다.
3월, 신화의 14주년 컴백과 서태지의 데뷔 20주년 등으로 훈훈하게 한달을 마무리하나 싶었지만, 레이디 가가의 내한 공연에 돌연 '19금' 판정이 내려지면서 공연 심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음원차트에서는 버스커버스커의 열풍이 상당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돌풍에 그 이유와 비결을 분석하는 손길이 바빴다.
씨스타가 옆트임 스커트로 농염미의 절정을 보여줬던 4월에는 MBC '나는 가수다2'에 출연자가 어떻게 확정되느냐를 두고 제작진과 기자들 사이에 정보전이 치열했다. 정작 뚜껑을 열자 방송은 큰 반응을 얻진 못해 허망한 기억으로 남았다. 이 와중에 티아라의 소속사는 '자만하면 멤버교체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 이후 대형 사건의 복선을 깔았다.
5월에는 2년여간 재판을 이어온 MC몽이 '병역 기피'와 관련해선 무죄판결을 확정 받았다. 공무원 시험 등으로 군입대를 미룬 혐의는 유죄였지만, 치아를 뽑아 면죄를 받았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결난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경찰 조사가 시작된다고 보도 돼버렸을 때 찍힌 '낙인'은 금방 지워지기 어려웠다.
사실 5월은 고영욱의 한달이었다. 무려 미성년자 간음 혐의라는 충격적인 혐의를 받은 그는 연일 포털사이트를 장식하며 큰 이슈를 모았고, 연예가에는 온갖 '카더라'가 난무했다. 숨을 좀 돌리려던 가요기자들은 또 한번 출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때 룰라의 멤버, 즉 가수였으니까.
그런가하면 2PM의 닉쿤은 7월 음주운전 사고로 누나팬들의 가슴을 내려앉게 만들었다. 워낙 바른 청년의 이미지였던 닉쿤이었기에 논란은 더 컸다. 닉쿤은 즉각 사과하고 자숙에 들어갔으며, 교통사고 상대와 원만하게 합의했다. 2PM의 컴백은 연기됐다.
올림픽 시즌은 연예부 기자가 잠시 쉴 수 있는 기간이다. 모든 이슈가 스포츠로 몰려가기 때문에, 가수들도 거의 컴백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티아라는 이 모든 기대를 한방에 날려줬다. 멤버들은 트위터에 화영을 겨냥한 듯한 글을 남겼고, 소속사는 중대발표를 예고한 후 화영과 계약을 해지했다. 온라인은 발칵 뒤집혔다. 멤버들이 화영을 따돌렸고, 소속사가 피해자인 화영을 내보냈다고 풀이했으므로, 이는 가요계를 넘어 사회 문제로 번지는 양상까지 보였다.
여름 휴가는 물 건너갔다. 지난해 서태지-이지아 사건 때도 별반응을 보이지 않던 온갖 동창, 지인들이 전화를 걸어와 진실을 캐물었다.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가요관계자도, 가수들도 모두 티아라 얘기 뿐이었다. 티아라 외엔 그 어떤 것도 이슈가 되지 못했다.
소속사는 화영과의 관계를 해명했고, 화영도 이제 그만 해달라는 트위터 글을 올렸지만 네티즌은 믿지 않았다. 소속사는 결국 "화영이 10시 33분에 트위터 글을 올리고 10시 57분에 김대표를 찾아왔다"는, 역대 가장 구체적인 시간을 밝히며 공식입장의 새 장을 열었다.
한편, 다른 방향으로 싸이의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7월말, '강남스타일'이 해외 유명 가수들의 트위터에 언급되더니 CNN에 보도됐다. 그가 미국 진출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며 미국으로 건너갈 때만 해도 '월드스타의 탄생'을 예측하긴 쉽지 않았다. 불과 보름 전 그는 가요기자들과 소주를 들이키며, 음원차트에서 비스트를 이기고 1위를 한 것에도 마냥 행복해했으니까.
하지만 터졌다. 그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말춤을 가르치고, 미국 아이튠즈 1위를 차지하고, 끝내 빌보드 메인차트에 진입했을 때, 가요기자들은 그야말로 신났다. 오랜만에 접하는 좋은 소식이었다. 다같이 매주 목요일 새벽 빌보드 성적을 기다릴 땐 전우애도 생길 뻔 했다.
그와중에 한국에선 tvN '응답하라 1997'이 대박을 쳤다. 1990년대 아이돌 팬들의 일상을 그린 이 드라마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주연배우를 맡은 신예급 가수들을 스타덤에 올렸고, 당시 팬덤과 가요계, 복고 바람을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논란은 언제나 새롭게 터졌다. 9월 리쌍은 돌연 예능 은퇴를 발표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MBC '무한도전' 콘서트 개최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팬들과 마찰을 빚었던 이들은 갑자기 트위터에 은퇴를 발표하는 '사고'를 쳤다. 제작진도, 소속사 관계자도 제대로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다시 '무한도전'과 SBS '런닝맨'에 복귀하기까지 기자들은 매일같이 이들의 재합류 여부를 체크해야 했다.
10월, 싸이는 금의환향했다. 서울 시청 공연에는 무려 10만명이 몰려들었다. 2시간이나 일찍 현장을 찾은 기자는 벌써 프레스석이 꽉 찼다는 말을 듣고 이리 저리 치이다가 발만 수십번 밟혔다.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아 결국 시청 근처 커피숍에서 유튜브를 켜놓고 기사를 쓰는 촌극도 벌어졌다.
그러나 이는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다음날 아침 해가 밝기도 전에, 김장훈이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온라인이 또 한번 뒤집혔다. 그가 싸이와 사이가 안좋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병원에 입원한 김장훈은 계속해 미투데이에 글을 올리며 파장을 낳았다. 두 사람은 결국, 소주를 나란히 원샷하며 화해했다. 이 마저도 기자들이 거의 없던 자리에서, 갑작스레 이뤄져 여러 기자들이 달밤에 마라톤을 해야 했다.
온라인에서는 빌보드 1위를 코앞에 둔 싸이가 한국 활동을 하는 게 맞느냐를 두고 토론이 이어졌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외신을 처리하느라 연예부 사무실은 줄곧 영어학원 교실을 방불케했다.
11월엔 엠넷 '슈퍼스타K4'의 정준영이 사상 초유의 음이탈을 내고도 톱3까지 진출해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으며, 슈프림팀의 이센스가 '개가수'들을 겨냥한듯한 '꼴 보기 싫다' 트윗으로 이슈를 모았다.
아이유의 '셀프 스캔들'은 올한해 가요계 이슈의 정점을 제대로 찍었다. 아이유는 트위터와 연동된 한 사이트에 슈퍼주니어의 은혁과 함께 편안한 차림으로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가 급히 삭제했다. 그러나 네티즌이 더 빨랐다. 이 사진은 빠른 속도로 유포됐고, 삼촌팬들이 '멘붕'에 빠졌다. 아이유 측은 두 사람은 친한 선후배이며 사진은 아이유가 아팠을 때 은혁이 집으로 병문안을 왔을 때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올하반기 가장 자주 패러디되는 문장이 됐다.
그러고보면 올해 대부분의 논란은 트위터로 시작됐다. 한동안 기자들과 연예관계자들이 만나는 자리에선 "트위터 관리 좀 잘하자"는 말이 유행어처럼 오갔다.
이제 또 다른 한 해가 시작된다. 싸이는 월드스타의 쐐기를 박을 것인가. 아이유는 스캔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성공적으로 컴백할 것인가. 티아라는 인기를 이어갈 것인가. 서태지의 신곡은 나올까. 2PM은 멋지게 재기할까. 내년 한해도 쉴 틈은 없을 것 같다.  
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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