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못 가본' 전자랜드, 올 시즌 호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2.31 06: 43

“주포들의 수비력이 뛰어나지는 않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이 그들의 공격력을 믿고 수비에 힘쓰고 주포들도 공격력의 장점을 더욱 특화시켜 서로 믿고 뛴다. 그래서 더욱 고맙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래 인천 전자랜드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던 팀이다. 전신 대우 제우스 시절부터 신세기 빅스-SK 빅스로 모기업이 바뀌는 가운데서 단 한 번도 챔피언 결정전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2003-2004시즌과 2010-2011시즌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전자랜드의 역대 최고 성적. 그 전자랜드가 올 시즌 창단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노리고 있다.
2012-2013 KB 국민카드 프로농구가 한창인 가운데 전자랜드는 시즌 전적 17승 8패(31일 현재)로 3위에 올라있다. 선두 서울 SK와는 3경기 반 차로 거리감이 있으나 2위 울산 모비스와는 단 반 경기 차. 다시 분위기를 탄다면 2위 탈환 가능성도 충분한 전자랜드의 현재 행보다.

올 시즌 경기 당 평균 득점 1위(78.3점)를 기록 중인 전자랜드의 팀 야투율은 48.78%로 원주 동부(48.98%)에 이어 전체 2위다. 3점슛 성공률은 37.61%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특히 4쿼터 득점이 총 553점으로 전체 1위. 후반 슛 집중도가 높은 ‘타짜’ 문태종에 이미 검증된 공격력을 지닌 리카르도 포웰이 가세하며 두 명의 에이스가 공격을 이끄는 구도가 갖춰졌다. 시시때때 신인 슈터 차바위도 외곽포를 터뜨리며 감초 노릇을 하는 만큼 전자랜드의 공격력은 확실히 이전보다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김동광 서울 삼성 감독은 문태종-포웰 듀오의 공격력을 전자랜드 힘의 원천으로 꼽으면서 “문태종의 경우는 나이가 있으나 3,4쿼터 집중적으로 던지는 슛의 적중률이 좋다. 포웰은 1-1 공격력이 워낙 출중한 데다 한국 첫 시즌 때에 비해 경기 내용이 좋다. 욕심을 덜 부리더라”라며 “또한 강혁, 이현호, 이현민, 정병국 등은 농구를 알고 하는, 경험 갖춘 선수들”이라고 이야기했다. 쌍두마차의 공격력에 알고 하는 선수들의 능력이 가미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는 상대팀 감독의 평이었다.
특히 전자랜드는 과거 전신 팀들이 겪었던 포인트가드 부재난에서 자유롭다. 대우-신세기 시절에는 슈팅가드였던 조성훈, 조동현(KT) 등이 경기 조율을 하거나 골밑으로 엔트리 패스를 투입했다. 홍사붕-최명도 등 포인트가드들이 잠시 팀에서 뛰기도 했으나 활약상이 오래 가지는 못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한동안 포인트가드들을 뽑지 못했던 전자랜드의 전신 시절이다.
반면 지금은 이현민, 임효성 등이 있는 데다 시즌 중에는 상무에서 박성진이 제대해 복귀할 예정. 베테랑 강혁은 슈팅가드지만 경기 조율 능력을 갖춘 데다 외국인 선수와의 2-2 플레이의 스페셜리스트이며 슛이 좋은 정병국도 포인트가드다. 더 이상 전자랜드에 ‘포인트가드 구인난’은 없다.
무엇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팀원들 간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점. 유도훈 감독은 문태종-포웰의 수비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강혁이나 지금은 팀을 떠난 이한권(KCC) 등 베테랑 등이 팀 전략을 잘 따라주고 경기 외적으로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띄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또한 이현호, 주태수 등은 문태종과 포웰이 보여주지 못하는 수비력에서 공헌도가 크다.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서로 보완해주는 모습들이 굉장히 좋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팀의 맏형 강혁도 “팀 내에 믿음의 분위기가 확실히 정착되었다. 분위기가 좋은 만큼 앞으로 남은 시즌도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즌 전 모기업의 운영난으로 인해 구단 존폐 위기설까지 나왔으나 한 시즌을 KBL의 도움 아래 뛸 수 있게 된, 난관을 겪고 치르는 시즌이라는 점도 구성원들에게는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올 시즌 호성적은 구단의 존속이나 수월한 인수 작업에 있어 필수 요건이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밟지 못했다는 것은 팀의 자존심과도 맞닿아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혼혈귀화선수인 문태종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큰 데다 팀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만큼 전자랜드에게 올 시즌은 챔피언 결정전 진출이 꼭 필요한 한 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그들은 ‘유일하게 결승에 못 가본 팀’이라는 불명예 딱지를 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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