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명예의 훈장일까. 근래 SK 왕조를 이끈 마운드 주역들의 몸 상태가 심상치 않았던 2012년이다. 집단적인 고장에 신음하며 악전고투했던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SK는 김성근 전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이 부임한 2007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쌓았다. 전인미답의 고지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가장 큰 요소는 마운드의 힘이었다. 풍부한 불펜을 근간으로 변화무쌍한 마운드 운영을 선보이며 그간의 틀을 깼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SK의 마운드 운영은 타 팀에게도 큰 영향을 남기며 프로야구의 트렌드를 선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이런 SK 마운드의 주역들이 최근 들어 부상에 고전하고 있다. 올해는 제대로 한 시즌을 보낸 선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SK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들은 물론 타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현상이다.

2008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던 선수들을 보면 잘 드러난다. 에이스 김광현은 2년째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제 몫을 못했다.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했지만 올해도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난 2년간 김광현이 소화한 이닝은 156이닝으로 2010년 한 시즌(193⅔이닝)에도 못 미친다. 팬들의 걱정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맹활약한 송은범 또한 2011년 후 오른 팔꿈치에 손을 댔다. 뼛조각을 제거하고 재활을 거쳐 마운드에 섰지만 통증이 재발해 고전했다. 시즌 중반 이후 힘을 내긴 했으나 한창 좋을 때의 송은범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역시 마당쇠 몫을 톡톡히 했던 채병용도 공익 근무 복귀 후 아직 정상적인 몸 상태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2010년 상무 입대 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윤길현 또한 올 시즌 5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적생들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여왕벌’ 정대현은 2012 시즌을 앞두고 롯데로 이적했으나 무릎에 물이 차는 증상으로 결국 수술을 받았다. 올 시즌 중반에 복귀해 명성다운 투구를 선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반쪽짜리 시즌이었다. 같은 시기 SK를 떠나 롯데에 합류한 이승호 역시 어깨가 좋지 않아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는 못했다. 이승호는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NC로 이적하는 풍파도 맛봤다.
그 외에도 고효준과 전병두는 2011년 시즌 후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고효준은 입대했고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전병두는 2013년 시즌 복귀 일정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무팔’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정우람도 올 시즌 막판에는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다. 군에 입대한 정우람은 앞으로 2년간 SK의 전력에서 빠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추세는 2013년 반등할 수 있을까. 일단 희망적인 요소가 보인다. 다시 재활에 들어간 김광현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고 채병용 송은범 윤길현 이영욱 등은 몸 상태를 추스르며 다음 시즌을 벼르고 있다. 지금은 SK 선수가 아닌 정대현 이승호도 서로 다른 팀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동반 고장에 시달렸던 벌떼들이 동반 부활할 수 있을지도 뱀띠해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