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이름을 남긴 대스타. 혹은 약물에 취했던 괴물. MLB 팬들에게 두 가지 얼굴로 남아 있는 배리 본즈(48)가 법정의 심판이 아닌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 MLB 명예의 전당 투표가 그 무대다.
본즈는 2013년 명예의 전당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 자격은 MLB에서 10시즌 이상을 활약한 선수가 은퇴한 뒤 5시즌 이상 MLB에서 뛰지 않았을 때부터 15년간 주어진다. 이에 따라 2007년을 끝으로 MLB를 떠난 본즈가 첫 자격을 얻은 것이다. 역시 2007년이 마지막 경력이었던 새미 소사와 로저 클레멘스도 본즈와 함께 평가를 기다린다. 발표는 오는 1월 10일(현지시간)로 예정되어 있다.
기록만 놓고 보면 본즈는 그 어렵다는 ‘첫 해 직행’의 후보자라고 할 만하다. 워낙 화려한 경력 때문이다. MLB 통산 2986경기에 뛰며 역대 최다 홈런(762개) 기록을 가지고 있는 본즈는 7번의 MVP, 14번의 올스타, 8번의 골드 글러브, 12번의 슬버 슬러거를 수상한 거물이다. 1980년대 이후로는 의심의 여지없는 최고의 타자다.

그러나 2003년 MLB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스테로이드 파동이 본즈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가로막고 있다. 본즈는 당시 위증과 재판 방해 등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남겨 MLB ‘약물 시대’의 상징으로 굳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본즈지만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여러 정황에 의하면 본즈는 1999년부터 약물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먼저 심판대에 오른 마크 맥과이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명예의 전당 입성은 도덕성 측면에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스테로이드의 힘을 빌린 본즈는 당연히 제외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약물에서 자유로웠던 1999년 이전의 성적도 워낙 빼어난 본즈이기에 자격이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명예의 전당 입성은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 자격을 10년 이상 유지한 베테랑 야구기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한 기자당 10명까지 이름을 써낼 수 있는데 여기서 75% 이상의 득표를 받아야 한다. 원로 위원회에서 선출되는 방법도 있지만 기자회 선출이 가장 명예로운 방법으로 통한다.
일단 기자들의 여론은 좋지 않다. AP통신이 12월 초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본즈에게 투표를 하겠다는 의견은 45%에 그쳤다. 기준치인 75%에 훨씬 미달된다. 투표권을 가진 현지 칼럼리스트들도 “본즈에는 투표하지 않았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약물에 대한 기억이 기자들의 머릿속에 뚜렷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헌액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본즈에게 표를 던졌다고 응답한 45%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본즈의 자격이 영구상실되는 5% 미만의 득표를 기록할 확률이 없기도 마찬가지다. 이는 본즈가 앞으로 15년간 꾸준히 자격을 이어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먼 훗날에는 본즈의 명예의 전당 입성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본즈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고 공개한 ‘CBS스포츠’의 대니 크노블러는 “지금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FOX스포츠’의 켄 로젠탈 역시 “본즈에게 투표하지는 않았지만 내년이나 향후 5년도 그럴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판단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본즈에게 표를 던진 동료들을 손가락질 할 생각도 없다”라고 다소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편 본즈의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는 MLB 역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헌액될 경우 마크 맥과이어, 라파엘 팔메이로,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으로 이어 내려오는 MLB의 어두웠던 과거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맥과이어와 팔메이로가 저조한 득표율에 시달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본즈에게 모든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본즈가 자격을 상실하거나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때까지 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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