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해 1~2분 노래하고 사라져
누가 누군지 시청자도 몰라
가요연말축제, 선택과 집중이 아쉽다.

올해 연말 가요축제가 나름 신경쓴 각종 콜라보레이션 무대와 톱가수들을 고루 섭외한 라인업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한 방'을 내놓진 못하고 있다.
3시간 남짓한 방송 분량에 많은 가수들을 무대 위에 올리려다보니, 노래를 짧게 자르고 정신 없이 무대가 이어지는 연출이 진행되고 있는 것. 잠깐 한 눈을 팔고보면 금세 다른 가수가 나와 음악방송때보다 조금 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짧은 퍼포먼스를 소화하고는 금방 사라진다.
KBS는 20팀의 공식 출전팀에 이들 가수들의 특별 무대까지 20개가 훌쩍 넘는 무대를 선보였고, SBS는 신개념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면서 무대 수는 20개가 넘어갔다.
시상도 하지 않는데 많은 가수를 섭외하다보니, 이들 가수에게 퍼포먼스를 하나씩 배당해줘야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 문제는 이들 무대가 딱히 차별화를 이루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콜라보레이션에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몇몇 시도가 있었지만, 이미 너무 많은 무대를 봐온 시청자들에게 따로 여운을 남길만큼 신선하진 않았다. SBS는 각 그룹 멤버들을 한명씩 모아서 프로젝트 그룹 4개를 결성하는 독특한 시도를 했으나, 시상식 내내 이들에 대한 홍보에 집중하느라 시상식 전체를 지루하게 만들고 말았다. 더욱이 이들의 무대는 흔히 음악방송에서 볼 수 있는 퍼포먼스 수준에 그쳤다.
특히 인기 가수들은 3사 방송사에서 모두 퍼포먼스를 소화해야 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는 실정. 그러다보니 3사에서 보여주는 무대가 다 비슷비슷하고 전체적인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가수 입장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은데, 쉽지 않은 것.
그래서 정상급 가수들은 퍼포먼스 수를 줄이고, 대신 한번 할 때 그 가수에게 훨씬 더 집중할 수 있는 실험적인 시도가 가능하길 기대하고 있는 상황.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기획사는 톱스타를 '내주면서' 자사의 신인도 함께 무대에 세우길 바라는 것. 여러 예능프로그램으로 얽힌 방송과 가요관계자의 사이에서 출연 여부를 딱 자르기도 쉽진 않다.
그러나 이같이 '집중'이 안되는 연말 축제로는 평소 음악프로그램도 잘 보지 않던 시청자들을 유혹할 수 있을지 미지수. 일단 지난 28일 KBS와 29일 SBS는 볼거리와 연출 면에서 지난해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검색어 1위를 오랜기간 점령하고 입소문이 꼬리를 무는 '한 방'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1일 진행되는 MBC는 출연팀만 무려 47팀이다. 과연 이들 중 몇팀이 차별화된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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