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명암이 교차한 2012 야구기록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12.31 11: 29

사상 최초의 정규리그 700만 관중돌파(10월)와 NC 다이노스의 2013년 1군승격 확정(5월)에 이은 제10구단 창단 승인(12월), 그리고 차일피일 미뤄져만 왔던 대구야구장의 신축계획 발표와 기공식(12월). 여기에 류현진의 당당한 메이저리그 입성(12월)까지 2012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굵직한 사안의 경사들이 줄을 이어 터져 나온 한 해였다.
시즌 벽두였던 지난 4월, 플레이 조작 가담사건 여파로 인해 일부 현역 선수가 영구제명 조치되는 실로 가슴 아픈 일을 겪기도 했지만, 명암을 포함 시즌 말미 바구니에 담겨 나온 결실의 크기로 볼 때 2012년은 분명 대단한 도약을 일군 해로 야구역사에 기록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하드웨어라 할 수있는 큰 틀에서의 비약적인 발전에 견주어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야구기록적인 면에서 2012년은 또 우리야구사에 어떠한 명암을 남겼을까?

해마다 수많은 기록들이 탄생하고 때론 완성직전 절정의 문턱에서 좌절하기도 하는 것이 야구기록이다. 6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흑룡의 해였던 올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한 기록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용이 되지 못하고 이무기로 남은 기록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한 해의 끝자락에서 가만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한다.
시즌이 개막되기 전, 야구팬들이 가장 주목했던 기록은 아무래도 일본생활을 청산하고 국내무대로 복귀한 이승엽(삼성)의 시즌 28호 홈런이아니었나 싶다. 양준혁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통산 최다홈런 기록인351개를 넘어서는 시점으로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하나 이승엽이었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던 기록이었다.
그런 이승엽이 올 시즌 때려낸 홈런수는 겨우(?) 21개. 한국신기록에 7개가 부족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이승엽은 한,일 개인통산 500호 홈런 작성(7월 29일 목동 넥센전)과 프로 최초의 8년 연속 20홈런 이상(1997~2003, 2012)이라는 부가적인 수확을 올렸다.
136년과 7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사에 500개 이상 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모두 합쳐도 불과 32명(미국 25명, 일본 7명)뿐. 이승엽의 경우 단일 리그에서 거둔 성적이 아닌지라 기록을 제값처서 제대로 받지 못한 느낌은 있으나 어쨌든 한국실정상 다시 보기 쉽지 않은 귀한 장면이었다. 흑사의 해로 알려진 2013년 개인통산 최다홈런 신기록을 향한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미리 예상해보는 신기록 D-Day는 아마도 5월 중이 되지 않을까 짐작.
승천에 성공한 다음 기록은 오승환(삼성)의 개인통산 최다세이브 기록이다. 종전 기록인 김용수(LG)의227세이브에 16개가 모자란 상태였던 오승환은 7월 1일 대구 넥센전에서 시즌 16세이브째를 올리며 통산 228세이브를 기록, 한국프로야구의 세이브 역사를 새로이 썼다. 올 시즌 종료기준 249세이브를 기록중인 오승환의 다음 목표는 당연300세이브. 51세이브를 남겨두고 있지만 해외진출이라는변수가 있어 장담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승환의 세이브 신기록 외에 투수부문 기록에 있어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기록은 류택현(LG)의 최다 경기출장 기록이었다. 류택현은 4월 13일잠실 KIA전에서 조웅천(SK)의 투수부문 최다 경기출장 기록인 813경기를 넘어 814번째 경기에 등판하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후 류택현이 시즌 말미까지 연장한 기록은 841경기. 불혹을 넘긴 42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은 성패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 숫자기록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세상에 전하고 있다.
한편 타자쪽에서는 장성호의 역사상 3번째 통산 2000안타 돌파가 가장 큰 기록적 수확으로 볼 수 있다. 송지만(넥센)과 함께 2000안타 고지를 향해 달려갔던 장성호는 9월 18일 포항 삼성전에서 시즌 106번째 안타를 기록하며 대망의 2000고지에 올라선 바 있다. 올 시즌까지 장성호가 기록한 통산안타수는 2007개. 양준혁의 최고기록 2318개와는 거리감이 상당하지만 아직 36세라는 애매한(?) 나이를 감안하면 신기록 수립가능성이 낙관도 비관도 아닌 알쏭달쏭한 상황이다. 반면 151안타가 부족했던 송지만은 부상으로 고작 7안타만을 추가하는데 그치며 다음을 기약.
역으로 기록달성 이정표를 목전에두고 허망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2012년의 대표적 아쉬운 기록에는 이용훈(롯데)의 불발된 퍼펙트게임을 우선 들 수 있겠다. 이용훈은 6월 24일잠실 LG전에서 7회 1사까지 퍼펙트행진을 이어갔지만 최동수(LG)에게 좌전안타를 얻어맞고 아쉽게도 대기록의 꿈을 접어야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1년 전 2군무대인 퓨처스리그에서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퍼펙트게임을 완성해낸 그였기에 남다른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지만, 하늘은 끝내 그에게 메이저 무대에서의 퍼펙트게임은 허락하지 않았다. 이용훈 개인의 못다 푼 과제이기도 하지만 퍼펙트게임은 한국프로야구 전체의 숙제이기도 하다.
또한 대기록이나 아주 특별한 의미의 기록은 아니지만, 데뷔 후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프로통산 3번째)를 목전에두고 1승차로 돌아선 류현진의 10승 달성 실패도 팬들에게는 상당히 애석한 순간으로 기억되는 장면이다.
언제나 많은 탈삼진을 곁들인빼어난 호투에도 불구하고 소속 팀 한화의 빈약한 공격력과 허약한 수비력 탓에 좀처럼 승수를 늘려가지 못했던 류현진은 10월 4일 대전 넥센전에서 10이닝동안 129개의 공으로 12개의 탈삼진을 뺏어내며 1실점 역투하고도 팀이 1-1로 비기는 바람에 9승을 끝으로 시즌을 접어야 했다. 특히나 2012년을 끝으로 미국 LA 다저스로 이적한 그의 마지막 무대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의 체감파장은 10승 실패 이상의 크기로 다가온다.
10승 문턱에서 주저 앉은 투수는 류현진 외에 KIA의 선발 3인방인 윤석민, 서재응, 소사와 삼성의 윤성환 등도 있지만,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의 간판투수격임에도 불구하고 불우한 소년가장(?)으로 불리는 등, 수년간켜켜이 쌓인 동정표를 등에 업고 다녔던 투수인지라 그의 두 자릿수 승리 달성은 기록의 비중를 떠나 여느 투수의20승 못지 않은 세간의 커다란 관심사였다.
또한 이 외에도 최고기록(49.1이닝)에 불과 4.2이닝을 남긴 45이닝에서 정지된 서재응(KIA)의 연속이닝 무실점 기록도전, 8월 초순까지 꿈의 기록이라 일컬어지는 4할타율을 지켜내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태균(한화)의 4할 도전 그리고 개인통산 최다도루 기록(전준호, 550개)에 41개를 남겨두었던 이종범(KIA)의 갑작스러운 은퇴, 개인통산 최다경기 출장기록(양준혁,2135경기)에 109경기를 남겨두었던 박경완(SK)의 장기결장에 따른 신기록 불발 등도 2012년을 돌이켜볼 때 빼놓을 수 없는 아쉬운 순간과 기록들이라 할 수 있겠다.
야구기록은 밤하늘의 별과 비슷하다. 어떤 기록은 눈부신 광채를 뽐내며 고고하게 하늘에 걸려있는가 하면, 어떤기록은 수명을 다하고 유성처럼 어디론가 사라져 숨어버린다. 미리 새로운 탄생을 예측할 수 있는 별이있는가 하면, 갑작스레 나타나 밝은 빛을 쏘아 올리는 별도 있다. 별들의 밝기도, 담고 있는 이야기도 저마다 제 각각이다. 2013년새해에는 보다 빛나는 야구기록들이 밤하늘에 주렁주렁 걸렸으면 한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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