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대상 불발, 씁쓸하지만은 않은 이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2.12.31 16: 05

[OSEN=정유진 인턴기자]이경규의 SBS '연예대상' 대상 불발은 씁쓸하지만은 않은 결과였다.
이경규는 지난 30일 SBS '2012 연예대상'에서 토크쇼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올 한해 '힐링캠프'로 승승장구했던 이경규였기에 그의 대상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상은 결국 '런닝맨'의 유재석에게 돌아갔다. 시상식 내내 솔직하고 재치있는 모습으로 대상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던 그였지만, 후배를 끌어 안으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모습은 과연 30년 경력의 선배가 보일 수 있는 배포 큰 모습이었다.
이경규는 지난 81년 MBC 제 1회 '개그콘테스트'를 통해 데뷔했다. 그리고 이후 30년간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정상에서 활약해 왔다. 주 무대기도 했던 MBC를 떠나와 KBS와 SBS에서 다시 자리를 잡기까지 한동안은 하향세를 타는 것이 아닌지 의심받으며 쓰디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SBS '연예대상'에서의 최우수상 수상은 KBS '남자의 자격'의 성공에 이어 또 다시 '힐링캠프'로 롱런하는 MC 이경규의 건재함을 알리는 청신호였다.     
올 한 해 그가 주력했던 '힐링캠프'는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MBC '무릎팍도사'의 부재를 틈타 시청자의 답답한 속을 긁어주는 돌직구로 토크쇼의 강자로 떠오른 것.
때문에 '힐링캠프' 팀은 이경규의 최우수상을 포함해 4관왕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한혜진은 토크쇼 부문 우수상을 탔고, '힐링캠프' 김미경 작가는 예능 부문 방송작가상을,'힐링캠프'가 토크쇼 부문 우수 프로그램상에 선정됐다. 높은 인기에 대한 보상은 된 셈이다.
또 이경규는 시상식 내내 재치있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그는 MC 윤도현과의 인터뷰에서 "올 7월에 런던에서 SBS 회장을 만났다"며 "모든 게 끝났다. 다른 사람들 모두 허탕 친 거다"라는 재치있는 말로 수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최우수상의 수상 소감을 말할 때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멘트를 하나 준비했는데 두 개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힐링캠프'를 통해 사람이 됐다. 나머지 멘트는 대상 수상 때 찾아뵙겠다"라는 말로 포기하지 않고 대상 수상에 대해 어필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다.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솔직하고 재미있는 모습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이미지를 비틀어 강조함으로써 시상식의 경직된 분위기를 한층 완화했다는 것.
이는 MC로서 이경규의 진화를 증명한다. "'힐링캠프'를 통해 사람이 됐다"라는 그의 말처럼 최고참 선배로서의 권위를 버리고 웃음을 주려 노력하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 이러한 모습이 롱런하는 개그맨 이경규의 저력인 것은 아닐까. 한 번의 대상보다 30년의 최우수상이 더욱 값질 수도 있음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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