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핫이슈] 실패 모르는 류중일, WBC 마주하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1.01 08: 03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50) 감독은 아직 실패를 모른다.
2000년 삼성에서 코치생활을 시작한 이후 2010년까지 팀을 옮기는 법 없이 지도자 경험을 쌓았고, 이를 토대로 2011년 감독 자리에까지 오른다. 부임 초기에는 초보감독이라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그 해 정규시즌-한국시리즈를 제패한데 이어 사상 최초로 아시아시리즈까지 우승, 사상 초유의 3관왕에 오른다.
시즌 전부터 압도적인 우승후보로 꼽혔던 삼성, 하지만 2012년 초반 하위권에 처지며 류 감독은 고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두터운 선수층과 류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2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비록 아시아시리즈에서는 대만 챔피언 라미고 몽키스에 덜미가 잡혀 예선 탈락하지만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대회에서 진 것이라 실패라고 보기는 힘들다.

지도자에 오른 후 2년동안 끊임없이 성공가도를 달린 류 감독은 WBC라는 진정한 시험대를 마주하게 됐다. 올해 3월 펼쳐질 3회 WBC 대표팀 감독을 맡은 것. 이미 앞선 두 번의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4강과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기에 류 감독이 받을 심리적인 부담은 더욱 크다.
게다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6명 엔트리 교체'라는 사상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1차로 선발된 28명의 대표선수 가운데 무려 6명이 부상과 개인사정을 이유로 불참하게 된 것. 류현진(LA)-김광현(SK)-봉중근(LG) 등 좌완 트로이카에 추신수(신시내티), 김진우(KIA), 홍상삼(두산) 등 대표팀 핵심 전력이 고스란히 빠져 나갔다. 1회와 2회에는 부상으로 각각 한 명씩만 교체된 것이 전부였다.
조 편성도 쉽지만은 않다. 한국 대표팀은 대만, 호주, 네덜란드와 한 조를 이뤘는데 최소 2승 1패는 거둬야 2라운드 진출이 가능하다. 천웨인이 빠진 대만이지만 궈홍치, 왕첸밍 등이 출전을 기다리고 있으며 호주 대표팀으로는 KIA에서 뛰다 메이저리그로 컴백, 오클랜드 선발 자리를 꿰찬 트레비스 블랙클리의 차출이 유력하다. 네덜란드도 결코 얕볼 수 없다. KBO 관계자는 "네덜란드를 쉽게 보면 안 된다. 최근 기량이 급상승해 대만이나 호주도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첫 국가대표 지휘봉을 손에 쥔 류 감독이지만 이처럼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류 감독은 아쉬운 소리보다 긍정의 힘을 믿는다. 지난달 27일 대구야구장 신축 기공식에 참석한 류 감독은 WBC와 관련, "선수가 많이 빠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교체를 자주 했다.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28명의 선수들이 있다. 긍정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수가 흔들리면 따르는 병사들이 동요한다. 분명 어려운 상황이지만 류 감독은 긍정을 잊지 않는다. 류 감독의 지도자 경력에서 큰 전환점이 될 2013년, 과연 '불패신화'는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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