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클리닝타임] 부영 둘러싼 진실게임이 불편한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01 08: 05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진실공방’이다. 10구단 창단에 뛰어든 부영그룹을 둘러싼 양쪽의 난타전이 그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초심을 망각한 것 같아 불편하다. 또 결과 발표 후의 후폭풍 때문에 불안하다.
10구단 유치를 놓고 수원과 전북의 신경전이 세밑과 계사년 첫 머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흥행 논리로 시작된 싸움은 지역안배론을 놓고 확전되더니 이제는 전라북도와 손을 잡은 부영의 과거를 두고 백병전에 이르렀다. 양쪽의 주장이 완전히 엇갈린다. 감정싸움으로 치달을 기미마저 보인다.
발단은 지난 12월 31일 한 매체의 보도였다. 이 매체는 수원시 관계자의 말을 빌려 “부영그룹에서 2010년 수원시에 프로야구 창단 의사를 나타냈으나 건설업을 모태로 하고 있는 부영그룹은 프로야구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보도했다. 안정감 측면에서 신뢰감이 떨어져 후보에서 탈락시켰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자 부영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2시간 만에 반박 보도자료를 내놨다. 부영 측은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다”라면서 “오히려 2010년 경기도와 수원시로부터 프로야구 9구단 창단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경제상황, 9구단 체제의 문제점, 수원시에서의 흥행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요청을 거절했다”라고 반박했다. 부영은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왜 이런 허위사실을 흘려 언론플레이를 하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싸움의 발단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9구단 창단 논의가 한창 이뤄지고 있을 때였다. 통합 창원시가 9구단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드러내며 사실상 대세를 굳혀가고 있었다. 경기도와 수원은 10구단 유치에 주목했다. 그 때 수원의 파트너로 소문이 돌던 기업이 바로 부영이었다. 그러나 9·10구단 동시 창단이 좌절되면서 이 소문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양쪽 모두 접촉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논란은 결별을 선언한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수원은 자신들이 이별을 통보했다고 말하고 부영은 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2년이 흐른 지금 이 논란이 다시 불거진 데 대해서도 서로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이 문제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은 이유다.
수원 시민연대 관계자는 전북-부영의 창단 선포식 당시 “수원과 전혀 연계된 적이 없다”라는 이중근 부영 회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전북과 손을 잡으면서 자신들이 불리할 수 있는 과거의 일은 싹 덮었다는 불만이다. KT 관계자도 김완주 전북도지사의 ‘KT회장 임기제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호 존중이 없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반대로 부영 홍보실 관계자는 “10구단 창단 주체 결정이 다가오는 가운데 수원시의 의도적인 기업 흠집내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라고 분노했다. 부영에 ‘철새 이미지’를 안겨 창단 심사에 영향을 주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원과 KT는 한국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해주길 바란다”라고 날을 세웠다.
두 주체에는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자존심이 걸려 있고 거짓을 말한 주체는 신뢰도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10구단 창단에 있어 이 문제가 그렇게 중요한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과거에는 어땠든 지금 수원은 KT와 손을 잡았다. 부영은 전북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제는 서로 다른 배를 탔다. 과거보다는 지금부터의 의지와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 발전적인 미래를 그릴 시간도 없는 판에 과거 타령을 하고 있으니 팬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야구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벌써부터 양 주체의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불거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폭로전과 비방전이 우려된다. 가장 큰 걱정은 창단 주체가 결정된 후의 후폭풍이다. 어느 한 쪽이 KBO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 야구계의 분열이 불가피하다. 누구도 바라지 않았던 결과다.
새해부터는 초심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10구단 창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자체의 공적 쌓기가 아니다. 기업의 홍보 효과는 더더욱 아니다. 대명제는 어디까지나 프로야구의 장기적 발전에 있다. 두 지자체가 완강했던 이사회를 설득했던 논리도 바로 이것이었다. 이를 생각하면 큰 범주 내에서 수원과 부영은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뜻을 같이하고 있는 파트너다. 경쟁은 하되 존중도 필요하다.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도 이 두 단어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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