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감독의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감독 김지훈)가 개봉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위를 놓고 박빙 승부를 펼쳤던 할리우드 뮤지컬 '레미제라블'과의 격차를 계속 벌리는 중이다.
'타워'의 흥행은 3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제작비 수준인 130억원을 투입해 할리우드 수준의 CG를 뽑아냈고 설경구-손예진-김상경-김인권-김상오로 이어지는 주조연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또 '화려한 휴가'의 성공과 '7광구'의 실패로 냉온탕을 오갔던 김지훈 감독이 심기일전, 상업성에 주력한 감동+웃음 스토리와 스피디한 전개로 영화에 재미를 더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타워’는 휴일도 아닌 지난 달 31일 하루 동안 32만4명을 기록, 누적 202만 4740명 관객으로 줄기차게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렸다. 크리스마스인 지난달 25일 개봉 첫날 43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1위에 올랐던 ‘타워’는 잠시 '레미라제블'에게 정상을 내줬다가 입소문에 힘입어 이틀만에 재역전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레미제라블’은 같은 기간 25만 4298명에 누적 321만명으로 2위, 달콤한 멜로 수작 ‘반창꼬’가 13만 3655명에 누적 173만 565명으로 3위에 올랐다.
'타워'이 이번 흥행은 시사회 후 상당수 영화평론가들의 '뻔한 스토리' '진부하다' 'CG만 보인다'라는 악평을 뚫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영화가 사상 최초로 1억 관객을 돌파한 지난 한해를 통틀어, 평론가의 호평과 악평이 오히려 흥행에서는 거꾸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까닭이다.
이는 대중의 기호에 맞춘 상업영화에 작가주의적 잣대를 들이대며 현학적 수사를 가하는 평론가들과 일반 영화팬들의 눈높이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 기인한다. 실제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연가시' 등 졸작 이하로 평을 받은 상업영화들은 보란듯이 수 백만명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타워'의 경우엔 일반 상업영화들에 비해 완성도가 훨씬 높음에도 130억원짜리 한국형 블록버스터였던 탓에 평론가들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제작비가 높은 대작일수록, 스토리의 기승전결과 구도는 가장 많은 대중의 기호에 부합하도록 쓰여지기 마련인데 이는 평론가들의 취향과 어긋나기 십상이다.
결국 영화 흥행에 대한 모든 결정권은 관객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게 이번 '타워'
의 박스오피스 결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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