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나 홀로 외국행, 외로울 때 많았죠"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01.01 11: 01

배우 이병헌이 영화 '지.아이.조' 시리즈에 출연, 연이어 할리우드 톱스타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레드 2'에도 출연을 결정지으면서 충무로 한류를 이끌었다. 이후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 등 유명 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도 물밀듯 이뤄지면서 할리우드 중심에 점차 한국영화의 깃발을 꼽게 될 날이 머지않을 듯하다.
여기에 힘을 보탤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영화 '매트릭스'로 유명한 앤디&라나 워쇼스키 남매 감독과 영화 '향수'의 톰 티크베어 감독이 팬임을 자청한 배우 배두나가 그 주인공.
배두나는 톰 행크스, 할리 베리, 휴 그랜트, 벤 위쇼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클론 손미 역을 맡아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간의 작품들을 통해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지만, 할리우드의 내로라 하는 배우들과의 경쟁에서 기죽지 않을 만큼의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는 그의 모습은 정말 놀라울 정도.

이에 대해 지난 26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두나는 영어 대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꽤 받았다며 하지만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같은 예술성 있는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이 아직도 설렌다고 생애 첫 할리우드 진출작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했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그것도 혼자 촬영에 임해야 했을 때 느꼈던 외로움도 컸었다며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해줬다.
- '클라우드 아틀라스' 출연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달라.
▲ 당시에는 매니저가 없었고 나 혼자 일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앤디&라나 워쇼스키 감독님이 나를 찾기까지 어려웠다고 하시더라(웃음). 결국엔 영화계 관계자분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은 임필성 감독님이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이후에 앤디&라나 워쇼스키 감독님과 화상미팅을 했는데 감독님이 내 영화 '공기인형'과 '괴물', '복수는 나의 것' 등을 봤다고 하시면서 같이 하자고 제안하셨다.
-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오디션을 봤다고 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이라 정말 떨렸겠다.
▲ 사실 처음은 아니고 영화 '플란다스 개' 이후 13년 만이다. 정말 설렜다. 캐스팅이 될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내가 하면 잘하겠다' 생각은 했지만 캐스팅이라는 게 이미지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영어대사를 해 본 사람도 아니어서 가능성 높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화상 미팅 때도 거의 팬 미팅 수준이었다. '어머, 웬일이야. 내가 워쇼스키 남매 감독하고 이야기를 하다니' 이런 마음이었다. 1차 미팅을 통과하고 눈앞에서 테스트를 해보자 했을 때도 시카고로 향하면서 아무에게도 말도 못하고 혼자 설레면서 갔다.  그러면서 '워쇼스키 남매 감독과 같이 일하는 것이 아니어도 좋은 경험이다'라는 생각으로 갔는데 캐스팅이 됐다. 아직까지 그때의 떨림이 생생하다. 긴장이 돼서 떨린 게 아니라 설레서 떨리는 것 있지 않나. 한국 거장 감독님들과 작업을 많이 해봤는데 또 다른 거장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이 생기더라.
- 언어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 같다.
▲ 영어에 대한 부담이 정말 컸다. 내가 취약한 부분이 언어인데 잘할 수 있을까 부담 반, 자신감 반이었다. 노력하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지만 사실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이었다. 손미라는 캐릭터에 몰입이 잘 돼서 다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서 대사를 죽어라 연습했다.
-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 정말 가족 같았다. 처음엔 나 혼자 간다고 했을 때 주위 분들이 다들 걱정하셨다. 타지를 여자 혼자 간다는 것, 그리고 현장에서 대접도 못 받으면 어떡하느냐 걱정을 하셨다. 그런데 막상 가니까 다른 배우들도 다 혼자 왔더라. 그래서 그런지 다들 더 친하게 지냈다. 서로 밥 먹을 사람이 없으니까 매일 같이 밥 먹고 그랬다(웃음). 촬영 끝날 때도 다들 아쉬워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우리끼리라도 속편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자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 그래도 타지에서 혼자 지내기 외로웠을 것 같다.
▲ 많이 외로웠다. 원체 내 성격이 남한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촬영하면서 힘들 때 의지하고 기댈 곳이 없더라. 고민 상담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다. 내 고민 탓에 다른 사람들 시간 뺏기 미안하지 않나. 그런데 벤 위쇼가 좀 많이 들어준 편이다. 벤 위쇼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고민을 얘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 상대배우인 짐 스터게스는 어땠나. 얼마 전 제18대 대통령 선거도 같이 하면서 사귀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던데.
▲ 열애설이 있나? (웃음). 투표는 스터게스가 '클라우드 아틀라스' 홍보차 내한했다가 예정된 일정이 끝나고도 5일 정도 더 한국에 머물렀다. 외국에 있을 때에도 소주랑 갈비를 좋아했고 한국 가면 구경 시켜줄 거지 계속 물어보고 그래서 한국에 혼자 있기 심심할 테니 같이 투표도 하고 돌아다닌 것이다. 베를린이랑 런던에서도 같이 돌아다녔는데 한국에서는 사진이 찍히니까 열애설이 나오는 것 같다. 
- 또 다른 할리우드 작품을 계획하고 있는가.
▲ 사실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할리우드 진출의 발판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이 영화를 통해 목표를 가졌다는 것도 싫고 발판이라 생각하기 싫다. 나한텐 그저 소중한 작품이다. 그래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즐겼다. 하루하루 한시간 한시간에 정성을 쏟았다. 물론 다른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바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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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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