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이제 끝 아니야?" 제작자에 물었다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01.01 15: 01

"또 아이돌이야?"
지난 한해는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신예 그룹들을 보며 이같은 반응을 보이는 게 꽤 흔한 장면이었다. 그래서 2013년 가요계를 전망하는데에는 아이돌 열풍의 수명을 묻는 항목이 빠질 수 없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지난 2011년에도, 2012년에도 새해 전망을 할 때 "아이돌은 이제 끝 아닐까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제작자들의 반응이다. 당시엔 상당한 침체를 예상했던 이들이 이번에는 의외로 성장 가능성에 중점을 뒀다. 아이돌이 우후죽순 쏟아지던 시기를 지나 '적자생존'한 그룹들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

제작자 스스로가 '당사자'이므로, 상당수는 익명으로 의견을 밝혔다.
# 아이돌, 장르와 저변 넓힐 것 
올해 전망은 아이돌 스타들이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음원시장은 더욱 성숙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올해 아이돌그룹을 론칭하는 유명 프로듀서 A는 "2013년에도 힐링 음악, 어쿠스틱 감성은 꾸준히 사랑 받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아이돌 시장이 침체기로 돌아서진 않을 듯하다. 거대한 팬덤의 영향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이 여러 색깔로 변주되면서 열풍은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그는 "솔직히 기존 아이돌로만 보자면, 포화상태다. 그러나 올해는 아이돌 안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약진이 기대된다"면서 "현재 여러 기획사에서 밴드를 육성 중이고, 싱어송라이터에게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 회사 역시 다양화를 추구하면서 기존 우리 색깔을 지켜가는 방향을 모색 중이다. 아이돌의 의미는 달라지겠지만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요계를 넘어 연예계 전체로 보면 아이돌의 영향력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풀이도 설득력을 얻었다. 실제로 2012 연기, 연예대상에서는 아이돌스타들이 신인상을 휩쓸며 올해 활약을 예고했다. 지난 한해 씨스타를 정상급에 올려놓은 스타십엔터테인먼트의 서현주 이사는 "아이돌은 이미 음악을 넘어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한류 컨텐츠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을 가요계에 범주를 국한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 아이디어 반짝.. 음원 시장은 성숙
그는 음원 시장의 변화에도 주목했다. 서 이사는 "음원 주요 소비층의 변화에 따라 음악 장르가 다변화될 것이다. 음원 감상 매체가 MP3 플레이어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되고, 음원의 주요 소비층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아이돌 음악도 기존의 획일화된 음악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예전보다 음악의 소비에 있어 자신이 원하는 음악에 대해 확실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음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씨스타의 소유와 긱스가 호흡을 맞춘 것처럼 메이저와 마이너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하이브리드 음원제작 등 좀 더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풍성함'에 방점을 찍었다.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실 관계자는 "뻔한 음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기본 전제가 국경을 뛰어넘어 여러 작곡가들과의 협업은 물론 리메이크까지 좀 더 다양한 레퍼토리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 이는 결국 음악 소비층을 더 많이 끌어들여 전체적인 음악시장의 파이는 한층 커지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다양성 확보는 모든 제작자가 내세운 2013 전략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새로 떠오르는 다수의 프로듀서를 육성하며 YG라는 색깔 아래 다양한 곡들이 탄생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춰놓은 상태. 밴드 음악으로 독보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FNC엔터테인먼트는 각 소속 가수가 자신의 색깔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프로듀서의 생각도 바뀌었다. 용감한 형제는 "댄스 가수, 아이돌 가수가 없어질 수는 없다. 다만 높은 경쟁 속에 생존하려면 튀어야 할 것이다. '아이돌이 이런 음악을 해?'란 생각이 들도록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의 노현태 부사장은 "아이돌의 거품이 빠졌다는 지적은 반대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이돌 시장 안에서의 치열한 서바이벌로 확고한 색깔을 지닌, 혹은 새로운 시도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들이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대중의 입맛을 따르기보다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는 장르적인 노력이 서서히 빛을 발해서 올해 연말 가요제에서는 다양한 장르, 다양한 색깔의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음원수익 구조-방송 다양성 아쉬워
2013년 가요계에 싸이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프로듀서 A는 "싸이를 계기로 유튜브의 중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에, 영상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 질 것이다. 또한 한류가 성장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진정한 한류 가수가 누구인지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듯하다"고 풀이했다.
가요계 흐름을 가장 밀접하게 느끼고 있을 엠넷의 신형관 국장은 "유튜브가 스타 탄생의 본격적인 루트로 대두되면서, 다양한 복병과 전략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은 '씨뿌리기' 단계를 지나 수익을 거둬들이는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현주 이사는 "그동안이 세계화로 가기 위한 기초 단계였다면, 싸이를 전환점으로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K-POP의 유니크함에 보편성이 가미돼 전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글로벌한 컨텐츠가 많이 양산될 것"으로 봤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기획사들이 선택의 순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홍승성 대표는 "K-POP이 더 날개를 펴기 위해서는 앞으로 선택의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이다. 기존의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K-POP에 걸맞는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적극적인 사업 전개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같이 날개를 펼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의 아쉬운 점도 함께 극복돼야 할 것이다. 모두가 입 모아 지적한 것은 음원 수익 문제다. 한 유명 제작자는 "가요 생산 시스템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유통 구조와 요율의 개선이 시급하다. 유통사가 제작에 참여하는 것과 다름없는 현재의 시스템은 시장에 양질의 콘텐츠를 보급하는 데 많은 제약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명 제작자는 "음원 시장에서는 음악의 다양성이 주목 받고 있지만 방송에서는 아직 이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MBC '나는 가수다'와 KBS '불후의 명곡'은 실력파 가수들이 재조명 받을 수 있던 좋은 기회였지만 다채로운 뮤지션이 출연하는 음악 프로그램은 여전히 심야 시간에 편성돼 있고, 시청률 때문에 폐지되는 일도 빈번하다. 좀 더 많은 가수들, 좀 더 많은 음악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방송사나 제작사가 인디, 언더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을 끌어올려,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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