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악몽’ 김광현, 독기 품고 다시 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02 06: 10

2012년 연말. 김광현(25, SK)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마음도 얼어붙었다. 그러자 입도 무거워졌다. 모든 질문에 “할 말이 없다”라고만 했다. 상처가 큰 듯 했다.
김광현의 지난 2년은 악몽이었다. 승승장구하던 경력에 생채기가 났다. 2011년은 4승, 2012년은 8승에 그쳤다. 2010년(17승) 한 해의 성적만도 못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몸이 좋지 않았다. 한 번 탈이 난 어깨는 SK의 에이스를 계속 무겁게 짓눌렀다. 사실상 재활과 등판을 반복하는 일정에 100% 컨디션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결국 성적과 몸 상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한바탕 논란도 있었다. 김광현은 좋지 않은 왼쪽 어깨에 칼을 대는 대신 재활을 선택했다. “아직 젊은 나이임을 감안하면 수술을 받는 게 낫지 않겠느냐”라는 의견도 쏟아졌다. 그에 대한 스트레스는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 김광현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지금 상황으로서는 어떤 말을 하기가 어렵다. 죄송하다”라고 연신 양해를 구했다. 어깨의 상처는 가슴까지 퍼져 나갔다.

그랬던 김광현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자존심 회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들뜨는 연말 분위기도 김광현에게는 남의 일이었다. 허재혁 트레이너 코치와 어깨를 놓고 씨름에 들어갔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분위기가 낫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2년 동안 재활을 하며 나름대로 쌓인 노하우도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스스로의 각오도 빼놓을 수 없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표정에서 모든 것이 다 드러난다”라고 말했다.
오는 3일에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동료 5명과 함께 애너하임에 위치한 재활센터에서 재활에 전념한다. 다소 생소한 미국식이지만 기분 전환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구단의 기대다. 이후 플로리다 베로비치에 차려질 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재활과 훈련을 병행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김광현도 이 시기가 2013년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시기임을 알고 있다.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김광현이 살아나면 SK의 분위기도 같이 산다. 단순한 승리로 재단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팀이 김광현의 부활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이유다. 굳게 입을 다물었던 김광현은 “재활이 잘 끝나 문제가 풀리기 시작하면 그때는 할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 시기는 언제일까. 앞으로의 2~3달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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