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포츠 종목에서 전력을 구축하는 걸 두고 '리빌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마치 건물을 다시 짓듯 선수를 새롭게 영입하거나 다른 팀에 보내 전력상승을 꾀하는 걸 말한다.
프로야구는 시즌이 종료된 11월부터 개막을 앞둔 이듬해 3월까지가 리빌딩의 기간이다. 흔히 스토브리그라고 부르는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정규시즌 성적이 갈린다. 그래서 야구계에서는 '씨를 뿌리는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번 스토브리그는 9구단 NC의 1군 합류를 앞두고 더욱 활발한 선수이동이 있었다. 각 구단은 FA 영입, 새 외국인투수 물색에 온 힘을 기울였고 NC의 20인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도 있어서 한 번에 8명의 선수가 팀을 옮기기도 했다. 올해 우승팀 삼성부터 NC까지 9개 구단의 '전력 건축학개론' 스토브리그 학점을 매겨 봤다.

▲ 삼성 B+ (IN : 김태완, 노진용, 정병곤, 이승우, 아네우리 로드리게스 OUT : 정현욱, 현재윤, 손주인, 김효남, 김종호, 브라이언 고든)
바야흐로 삼성의 전성시대다. 2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삼성은 스토브리그에서 굳이 많은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없다. 있는 전력을 지키기만 해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LG와 3:3 트레이드를 단행, 전력보강을 했다. 포수가 부족한 LG에 현재윤과 내야수 손주인, 우완 김효남을 보내는 대신 내야 유틸 김태완, 언더핸드 노진용, 내야수 정병곤을 받아왔다. 최초로 LG와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삼성은 내야를 더욱 두텁게 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NC의 특별지명 때 김종호를 보내 주전급 선수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FA때 정현욱을 놓친 건 삼성에 뼈아프다. 셋업맨 안지만이 팔꿈치 수술의 여파로 내년 상반기 출전이 어려운 가운데 정현욱까지 빠져 삼성 특유의 '지키는 야구'가 자칫 흔들릴 위기다. 그래도 보상선수로 좌완 선발 유망주 이승우를 받아온 걸 위안거리로 삼을 수 있다. 외국인투수는 구위에 문제를 노출했던 브라이언 고든을 방출하는 대신 우완 파이어볼러 아네우리 로드리게스를 영입했다.
▲ SK C+ (IN : 덕 슬래튼, 크리스 세든 OUT : 이호준, 모창민, 데이브 부시, 마리오 산티아고)
SK의 스토브리그는 춥기만 하다. 새로 영입한 선수는 외국인투수가 전부이며 오히려 FA때 중심타자 이호준을 잃었고 거포 유망주 모창민은 NC로 떠나 보냈다.
시즌이 끝난 뒤 SK는 올해 뛰었던 외국인투수 마리오 산티아고, 데이브 부시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 후보를 물색했다. 결국 좌완투수 두 명을 데려왔는데 덕 슬래튼과 크리스 세든이다. 이중 슬래튼은 선수생활을 하면서 거의 선발로 출전한 경험이 없어 군입대를 한 정우람 자리를 대신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한 전력보강을 하지 않고 오히려 누수가 심했던 SK이기에 좋은 학점이 나갈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이 2013년 시즌 성적과 직결되는 건 아니다. 그동안 SK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그들만의 끈끈한 야구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 두산 B (IN : 홍성흔 OUT : 김승회, 고창성, 스캇 프록터)
홍성흔이 돌아왔다. 두산은 이번 FA 시장에서 오랜만에 외부 선수를 영입하며 지갑을 열었다. 2009년 롯데로 떠나보냈던 홍성흔을 4년만에 다시 데려온 것이다. 홍성흔은 두산 중심타선에 힘을 보태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동주와의 교통정리가 문제다. 수비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김동주이기에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준석까지 있기 때문에 중복영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덧붙여 보상선수로 롯데에 김승회를 보낸 건 아쉬운 대목이다. 올해 선발투수로 전향에 성공한 김승회는 선발로 6승을 거두고 120이닝 넘게 소화를 했다. 4강 경쟁팀인 롯데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보상선수였다.
외국인투수는 마무리 스캇 프록터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좌완 선발투수를 찾고 있다. 하지만 선발 요원이 해외에도 부족해 해를 넘긴 상황이다. NC 특별지명때는 고창성을 보내 계투진의 힘이 다소 떨어지게 됐다.
▲ 롯데 B+ (IN : 장성호, 김승회, 홍성민, 스캇 리치몬드 OUT : 김주찬, 홍성흔, 송창현, 이승호, 라이언 사도스키)
분명 FA 협상 때 김주찬과 홍성흔을 놓친 건 롯데에 큰 전력손실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후 보상선수와 트레이드를 통해 적절하게 전력보강에 성공, 높은 학점을 받게 됐다.
롯데는 몸값이 폭등한 김주찬과의 계약을 포기하고 KIA로 보낸 대신 보상선수로 언더핸드 홍성민을 데려왔다. 올해 신인으로 좋은 활약을 보인 홍성민을 두고 김시진 감독은 선발투수로 키워보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홍성흔 보상선수로 검증된 자원인 우완 김승회를 영입, 선발진의 무게를 더했다.
또한 홍성흔의 빈자리는 한화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채웠다. 올해 신인 우완투수 송창현을 보내는 대신 장성호를 영입한 것.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는 나오는 것이지만 신인선수로 장성호와 같은 베테랑을 데려온 건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우타 일색이던 롯데는 장성호의 가세로 타선에 다양성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인투수는 올해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라이언 사도스키를 보내고 대신 기교파 우완 선발 스캇 리치몬드를 데려왔다.
▲ KIA A (IN : 김주찬 OUT : 홍성민, 이현곤, 조영훈)
KIA는 선수영입에 인색한 구단이 결코 아니다. 필요할 때 돈 보따리 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번에 김주찬 영입을 성공시키며 KIA는 시장의 큰 손으로 다시금 떠올랐다. 김주찬을 영입하는 데 쓴 4년 50억원은 역대 FA 2위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김주찬을 데려오면서 KIA는 타선에 기동력을 더하게 됐다. 1번 이용규, 2번 김주찬은 상대하는 투수에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빠른 발을 가진 두 명의 타자가 상대 내야를 휘젓는다면 중심타선은 득점을 올리기 훨씬 쉬워진다.
외국인투수 두 명과 모두 재계약에 성공한 것도 호재다. 앤서니 르루, 헨리 소사는 내년에도 KIA 유니폼을 입는다. 초반 부진했다가 적응 후 좋은 모습을 보인 앤서니와 강속구 투수 소사는 올 시즌 KIA 선발진에 힘을 더해 줄 것으로 보인다.
▲ 넥센 B (IN : 김태형 OUT : 차화준 임창민 이태양)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조용한 팀이 바로 넥센이다. NC와의 트레이드로 우완 김태형을 받는 대신 내야수 차화준, 우완 임창민을 보낸 게 전력이동의 전부다. NC의 특별지명때는 언더핸드 이태양을 보냈다.
하지만 2012년 최고의 투수 브랜든 나이트, 11승을 거둔 앤디 밴 헤켄과 일찌감치 재계약을 마쳤다. 또한 연봉협상도 모든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완료했다. 넥센은 이번 연봉협상에서 대체적으로 높은 인상률을 보여줬다. 염경엽 감독 체제 출범을 앞둔 넥센은 '정중동'의 자세로 2013년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 LG A+ (IN : 정현욱, 현재윤, 손주인, 김효남 OUT : 김태완, 노진용, 정병곤, 이승우, 김태군)
이번 스토브리그 최고의 우승생은 LG다. FA로 우완 정현욱을 영입한 건 LG 마운드의 중요한 퍼즐을 찾은 것이나 다름없다. 정현욱은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전부가 아닌 선수다. 마운드를 내려오면 누구보다 공부를 많이 하는 학구파이며, 후배 투수들을 다독여 하나로 묶는 라커룸 리더 역할도 가능하다.
허리가 강해진 LG는 삼성과의 3:3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며 가려운 곳도 제대로 긁었다. 경험 많은 포수가 부족했던 LG는 현재윤을 영입하는데 성공했고 내야 유틸 손주인, 우완 김효남도 1군에서 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선수다.
좌완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와의 재계약에 성공한 LG는 강속구 투수 레다메스 리즈와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만약 리즈와의 재계약에 성공한다면 LG의 스토브리그는 '만점'에 가까울 것. 과연 스토브리그 성적이 정규시즌 성적으로 이어져 11년 만의 가을야구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 한화 C+ (IN : 송창현, 대니 이블랜드 OUT : 박찬호, 장성호, 류현진, 송신영)
괴물투수 류현진의 LA 다저스 입단. 한국 프로야구는 경사를 맞았지만 한화는 마운드 전력의 절반을 잃어버렸다. 류현진은 그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였다. 올해 성적 최하위,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에 그쳤던 한화는 류현진의 해외진출로 더욱 막막해졌다.
대신 한화는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을 류현진의 이적 대가로 챙겼다. 그리고선 전력보강을 외치며 스토브리그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단 한 명의 영입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트레이드를 통해 장성호를 롯데에 보내고 대신 신인 송창현을 받아왔을 뿐이다.
한 가지 위안거리가 있다면 거물급 좌완 선발 대나 이브랜드를 영입한 것.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았던 이브랜드에 대해 한화는 가장 큰 액수를 제안, 영입에 성공했다. 이브랜드가 류현진의 빈 자리를 얼마나 채울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 NC A (IN : 이현곤, 이호준, 김종호, 모창민, 이승호, 고창성, 조영훈, 이태양, 김태군, 송신영, 차화준, 임창민, 아담 윌크, 찰리 쉬렉 OUT : 김태형)
프로야구 9번째 심장이 뛴다. 2012년을 2군에서 보낸 NC는 남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1군 승격의 준비를 마쳤다. 관건은 선수 수급, NC는 FA와 특별지명을 통해 최대한 많은 1군전력을 긁어 모아야만 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FA로 내야수 이호준과 내야수 이현곤을 영입하고 특별지명으로 외야수 김종호, 내야수 모창민, 좌완 이승호, 언더핸드 고창성, 내야수 조영훈, 언더핸드 이태양, 포수 김태군, 우완 송신영을 데려온 건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승호, 고창성, 이태양, 송신영 등 불펜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활약이 가능한 투수들을 데려왔다.
외국인투수 3명을 영입할 수 있는 NC는 좌완 아담 윌크와 우완 찰리 쉬렉과의 계약을 마쳤다. 각각 1987년, 1985년생으로 젊은 두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유망주로 분류되던 자원으로 적응에만 성공하면 충분히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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