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에서 왼손 투수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왼손 투수는 세계적으로 희소성이 있고, 생소함이 무기가 되는 국제대회에서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한국이 1~2ghl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도 왼손 투수들에게 있었다. 2006년 대회에서는 구대성·전병두·봉중근 3명, 2009년 대회에서는 봉중근·류현진·김광현·장원삼·이승호 5명이 대표팀에 포함돼 중요할 때마다 제 몫을 해줬다.
특히 2006년에는 구대성이 대표팀 투수 중 가장 많은 5경기에 구원등판해 1승3홀드 평균자책점 1.13으로 활약했다. 8이닝을 던지는 동안 안타 6개와 볼넷 1개를 허용했을 뿐 삼진 3개를 잡으며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당시 선동렬 대표팀 투수코치가 꼽은 최고 수훈갑이었다.

2009에는 봉중근이 스타로 떠올랐다. 김광현이 예선 일본전에서 무너졌지만 이후 일본과의 승부에서 봉중근이 에이스 역할을 했다. WBC 4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51. 17⅔이닝을 2실점(1자책)으로 봉쇄했는데 일본전 3차례 선발등판에서 역투를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렇다면 2013년 WBC에서는 어떤 왼손 투수가 떠오를까. 현재 대표팀 투수 엔트리 13명 중 왼손 투수는 장원삼 차우찬(이상 삼성) 박희수(SK) 장원준(경찰청) 등 4명이다. 장원삼은 대표팀 경험이 풍부하지만, 차우찬·박희수·장원준은 A급 대표 차출이 처음이다.
가장 기대가 되는 왼손 투수는 역시 장원삼이다. 지난해 다승왕과 함께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장원삼은 류현진·김광현·봉중근이 모두 이탈한 대표팀에서 왼손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한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이 벌써 "일본전 선발로 생각한다"고 밝힐 정도로 신뢰감이 높다.
장원삼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7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 2009년 WBC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 출전했으나 에이스 역할을 맡은 적은 없다. 이번 WBC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다. 2011년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에서 일본 챔피언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상대로 6⅓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불펜 투수 중에서는 박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해 역대 한 시즌 최다 34홀드 신기록을 세운 박희수는 중간에서 필승조를 맡아야 한다. 국내에서처럼 위기 때마다 급한 불을 끈다면 2006년 구대성 못지 않은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왼손 타자 뿐만 아니라 오른손 타자에도 강한 투수라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
이외 차우찬과 장원준도 조커로 기용될 계획이다. 차우찬은 선발-중간 모두 소화 가능한 스윙맨이고, 장원준도 약체팀을 상대로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발감이다. 이들은 모두 국제대회에서 크게 노출되지 않은 투수라는 점에서도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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