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남’ 허경민, 2013 키워드는 '투지발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1.03 10: 30

“한 시즌을 1군에서 치르면서 롤모델이 생겼어요. 손시헌 선배는 당연히 본받아야 하는 선배고. 오재원 선배, 손아섭 선배의 근성을 장착하고 싶습니다”.
미래의 주전 유격수로 팀 내 기대가 높은 허경민(23, 두산 베어스)은 ‘모범생’이라는 단어가 딱 떠오를 정도로 착한 인상의 소유자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활발하고 적극적인 모습은 자주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실수가 나오면 더욱 움츠러드는 인상이 짙었던 허경민이다. 그 소극적이던 허경민이 올 시즌 투지 장착에 집중하고 있다.
2009년 2차 1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뒤 이듬해 곧바로 경찰청 입대, 일찌감치 병역 의무를 해결한 허경민은 지난해 데뷔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시즌 초반 알찬 활약상으로 최주환, 최재훈과 함께 ‘화수분 야구’의 대표 주자가 되었던 허경민이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상승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허경민의 지난해 성적은 92경기 2할6푼6리 14타점 9도루. 1군 무대를 처음 밟은 백업 요원의 성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상승세가 꺾이면서 견제사, 주루사 등이 나와 선수 스스로 위축되는 모습도 자주 보여줬고 코칭스태프에서도 그에 대해 아쉬워했다.
“초반 성적이 좋아서 욕심을 내다가 실수가 나왔어요. 그 실수에 더욱 위축되어서 점차 소극적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2011년 퓨처스 북부리그 도루왕(39도루)이었던 허경민의 지난해 도루 성공률은 52.9%(17번 시도/9번 성공)에 그쳤다. 팀 내 굴지의 준족으로 기대가 컸으나 활발하게 뛰는 모습이 줄어들었고 결국 낮은 도루 성공률로 인해 시즌 후반 대주자로서 활용도가 떨어졌다.
“무엇보다 도루 성공률을 높여 감독님의 믿음을 스스로 끌어올리고 싶다”라고 밝힌 허경민. 뒤이어 허경민은 “TV나 관중석에서 보던 1군 경기 그라운드를 밟고 덕아웃에서 가까이 지켜보며 새로운 롤모델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이전부터 팀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안정된 수비를 배우고 싶다던 허경민의 새로운 롤모델은 팀 선배 오재원(28)과 롯데 손아섭(25)이다.
“손아섭 선배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타격 후 악착 같이 1루로 뛰는 모습이 상대 선수로서도 굉장히 보기 좋았어요. 재원이 형도 야구에 있어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잖아요. 상대편이 보면 얄밉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팀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근성 넘치는 모습은 저도 확실하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 시즌 동안 허경민은 경기에 임하는 투지 면에서 코칭스태프로부터 지적을 받았던 바 있다. 물론 선수 본인은 열심히 뛰지만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실수에 스스로 한없이 작아지며 플레이가 위축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진욱 감독은 지난 시즌을 치르며 “분위기 메이커가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상대와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 표출을 원한 것이다.
“제 장점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제 야구 색깔을 아직 팬들 앞에 제대로 보여드린 적이 없어서요”라며 겸손하게 답한 허경민. 그러나 허경민은 동료 정수빈과 김상수(삼성), 안치홍(KIA), 오지환(LG) 등 이미 한 팀의 주전 선수로 자리를 굳힌 청소년대표팀 동기들의 성장을 언급하며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고 있다. 그래서 지켜보는 분들의 기대치를 최대한 충족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남은 것은 그 바람을 그라운드에서 활발하게 내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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