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기념비를 세운 날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 11월 10일 메이저리그 LA 다저스가 좌투수 류현진 영입을 위해 포스팅 비용 2573만 달러를 들였고 12월 10일에는 류현진과 총액 36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한국 프로야구는 처음으로, 그것도 상당한 대우를 받은 메이저리그 선수를 배출해냈다. 앞으로 류현진의 활약 여부에 따라 포스팅 제도가 정착되고 한국야구의 진정한 세계화도 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 류현진이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만큼, 야구팬들의 관심이 메이저리그에 집중될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로 박찬호가 코리안특급으로 맹위를 떨친 기간 동안 프로야구는 최악의 암흑기를 겪었다. 1998년 263만 관중을 기록하며 1989년 288만 관중 이후 최소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고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연속 관중 동원이 300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박찬호 뿐이 아닌 김병현·서재응·최희섭·봉중근 등의 빅리그 활약도 큰 이슈가 됐는데 그만큼 메이저리그 중계권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반면 프로야구는 지금처럼 모든 경기가 4개 채널에서 중계되는 것이 아닌, 하루 4경기 중 2경기 정도만 방영됐다. 프로야구 중계권료 역시 지금보다 낮았다. 때문에 일부에선 류현진이 활약할수록 프로야구의 흥행가도가 한 풀 꺾일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물론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일단 2000년대 초중반과 지금의 야구문화는 천차만별이다. 여성·가족단위 관중의 비율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고 프랜차이즈 팬이 정착 중이다. 2000년대 초반 프로야구 흥행이 일부 스타 선수들의 활약에 좌우됐다면 이제는 프로야구 자체가 여가 문화가 됐다.
올 시즌 구단별 좌석 점유율만 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네 팀 중 세 팀이 70%이상을 올렸다. 특히 우승팀 삼성의 경우 점유율 80%이상을 기록하며 낙후된 대구구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임을 증명했다. 또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도 모두 점유율 60%이상을 달성했다. 주말 경기의 경우, 시즌 중반까지 예매 없이는 홈플레이트와 가까운 자리를 구하는 게 불가능했다.
시청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계방송에서 이닝과 이닝 사이에 나오는 광고만 봐도 그렇다. 몇 년 전까지 중소기업이나 대출기업 광고의 비중이 높았지만 언젠가부터 대기업 광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시청률이 올라가면서 광고단가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IPTV나 DMB 방송에선 이미 프로야구가 최고의 콘텐츠로 자리 중이다.
어쩌면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지도 모른다.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오전에는 메이저리그를, 저녁시간에는 프로야구 즐기는 게 또 하나의 야구 문화가 될 수도 있다.
최근 프로야구는 1000만 관중 시대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부터 9구단 체제로 운영되는 가운데 작년 12월 이사회에선 10구단 체제를 결정했다. KIA의 새로운 홈구장이 2014시즌부터 문을 열 예정이고 삼성도 2016시즌 개막전까지 새 구장을 건립한다.
2013년은 프로야구의 자생력을 시험하고 최근 내놓은 청사진의 실현성을 평가 받는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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