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불펜' 박희수, 롱런은 2013시즌에 달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03 10: 30

2012년 중반. 공포의 투수로 발돋움한 박희수(30, SK)는 “리그 최고의 왼손 불펜 요원이 됐다”라는 말에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당장 “아직은 아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3년은 정상에서 활약해야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귓전을 때렸다.
박희수는 2011년 중반 이후 혜성처럼 등장해 SK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했다. 지난해 성적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65경기에 등판해 8승1패6세이브34홀드 평균자책점 1.32의 어마어마한 성적표를 팬들에게 내밀었다. 박희수가 없었다면 SK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도 없었다. 그래도 박희수는 겸손해 했다. 그는 “1년 만에 사라지는 선수도 있고 2년 만에 사라지는 선수도 있다”고 했다. 자신은 그러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선수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그렇다면 이제는 스스로 이야기한 실질적 ‘3년차’가 시작된다. 초심을 간직해서일까. 눈빛은 여전히 빛나고 의지는 더 굳건해졌다. 올해가 ‘롱런’을 위한 중요한 시험대로 보고 있다. 그래서 몸 관리에 더 신경을 썼다. 의외로 박희수는 “시즌이 끝나고 지금까지 공을 한 번도 잡아보지 않았다”라고 했다. 지난해 많은 투구로 지친 몸부터 달랬다. 재활과 치료 위주로 훈련을 했고 웨이트와 러닝을 곁들였다. 그래도 “주위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니다”고 밝게 이야기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희수는 3일 동료 5명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위치한 재활센터로 떠난다. 따뜻한 이 곳에서 20일 정도 몸을 더 만든 뒤 24일 플로리다의 마무리캠프에 합류하는 일정이다. 박희수는 “애너하임에 가서 ITP(단계별 투구 프로그램)와 캐치볼을 시작할 생각이다. 그래도 2년째에 좋은 성적이 나서 작년 이맘때보다는 심리적으로 더 편안하다”라고 말했다.
이제 박희수의 몸은 SK의 것만이 아니다. 오는 3월 열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이기 때문이다. 특히 왼손 투수들이 전력에서 계속 이탈한 까닭에 '생존병' 박희수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이에 대해 박희수는 “계속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니 부담은 있다”면서도 “그래도 몸을 먼저 잘 만들고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는가. 책임감을 가지고 던지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문득 한 가지 궁금점이 떠올랐다. 야구 외에 다른 목표는 없을까. 박희수는 비시즌 중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만 30세의 총각이라면 응당 결혼 잔소리에 시달렸을 법도 하다. 이에 대해 묻자 박희수는 “부모님이 그런 말씀은 잘 안 하신다. 그래서 나도 별로 부담감이 없다”고 껄껄 웃었다.
그러나 웃음이 잦아진 뒤의 대답은 다시 진지해졌다. 박희수는 “야구를 하는 게 너무 좋다. 지금으로서는 다른 쪽의 목표는 없다. 오직 야구만 생각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던진 유인구에 으레 그랬듯 몸쪽 꽉차는 직구로 응수한 박희수다. 잠시 숨을 골랐던 박희수가 목표를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초심을 간직하고 있는 박희수의 보폭은 전혀 좁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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